[사설]한국 파운드리, 국가전략 절실

TSMC 본사 전경(자료=TSMC 홈페이지)
TSMC 본사 전경(자료=TSMC 홈페이지)

TSMC의 성장세가 매섭다. 올 3분기에 매출 6130억대만달러(약 27조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말까지 누적 매출은 1조6384억대만달러(74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나 늘었다. TSMC는 3분기 세계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추산 25조원 안팎의 매출을 거둔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설 것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만의 자존심으로 평가받는 TSMC는 고객이 설계한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사업 한 우물만 판 회사다. 애플·퀄컴·엔비디아 등을 고객사로 둘 정도로 앞선 기술력과 양산 능력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전기차 등 영향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과실을 고스란히 따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파운드리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삼성은 세계 2위지만 TSMC와의 점유율이 2배 이상 차이 나고,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 계열사(시스템IC·키파운드리)는 10위권 밖에 있다.

글로벌 10대 파운드리 기업(자료=트렌드포스)
글로벌 10대 파운드리 기업(자료=트렌드포스)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핵심 안보 자산으로 삼아 자국 내 제조 기반을 갖추려는 시기에 국내 파운드리 팹이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도체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 세계를 통틀어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숙제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계속 키우고 있다.

우리도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삼성은 초미세 공정을 맡고 중견기업은 전통(레거시) 공정 위주로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 M&A 활성화로 투자 여력이 큰 기업 중심으로 재편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도모할 것인지 등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손 놓고 TSMC 성장을 부러워하기만 해서는 추격하기조차 힘에 버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