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위기의 지방대학

지방대학들의 아우성이 이만저만 아니다. 교육부가 2026년까지 디지털 분야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며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 규제를 풀겠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비수도권, 즉 지방대학의 반발이 거세다.

지방대학은 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디지털 인재 양성을 이유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풀면 지역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림으로써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워진 지방대의 위기를 가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 정원 감축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는 속설이 현실화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실 지방대에 불어닥친 위기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지방 명문 사립대뿐만 아니라 지방 소재 국립대에서도 미달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10년 전과 비교해 지방대학이 입학 인원을 감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서울지역 4년제 일반대학 모집인원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전국 대학 평균 신입생 충원율은 92.1%이었지만 2022년에는 87.6%로 낮아졌다. 반면에 2012년 서울지역 4년제 대학 모집인원은 8만4578명에서 2022년 8만7072명으로 오히려 2494명 늘었다.

문제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지방대학 퇴출을 단순한 시장 논리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방대학은 경제, 문화, 복지 등 지역 생활의 중심이다.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지방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지방공동화가 발생, 국가 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사태가 불거지자 허둥지둥 정부 지원과 인력확보책을 제시하는 근시안적 시각으로는 지방대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을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시켜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방안은 결국 수도권대학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대학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방대학도 해당 지방과 함께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백화점식 학과 나열과 막연히 교육 당국의 지원에 기대어 자체 개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방대학 스스로 지역 특성에 맞는 특성 학과를 개발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된 인력을 양성하도록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지방소멸 문제는 국가적 현안이다. 지방대학 문제를 포함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정책 입안과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노동부 등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어서 풀어야 한다. '지방시대'를 최우선의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지방대학의 절규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