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대상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에 소속된 미국인 임원이 '생업'이냐 '국적'이냐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개 중국 반도체 상장 기업의 내부 문서와 공식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미국 시민권 보유자 최소 43명이 고위 임원으로 근무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부회장, 회장 등 이른바 'C 레벨' 임원이 많았다.
WSJ은 이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 또는 반도체 장비 기업에서 수년간 근무 후 중국 기업으로 이직했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중국이 지난 2008년 추진한 인재 확보 프로젝트 '천인' 등을 계기로 중국 기업에 취업했다고 전했다. WSJ은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중국 수출규제로 이들이 불확실한 위치(in Limbo)에 놓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etnews.com/photonews/2210/1583355_20221017153423_070_0001.jpg)
미국 상무부는 7일 첨단 컴퓨팅 반도체,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칩 등에 관한 수출통제 조치 및 특정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규제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시민권·영주권 보유자, 미국 거주자 등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생산을 지원해선 안 된다. 이에 따라 ASML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은 미국 내 직원 등을 대상으로 중국 관련 지원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 미국 인재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중국의 시도에 직접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업계를 인용해 중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많은 고위 경영진이 이번 미국 정부 조치에 따라 자신의 생업과 미국 시민권·영주권 가운데 하나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인이 중국 첨단 칩 개발 분야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자국 정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WSJ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인 에이맥 설립자이자 회장인 제랄드 인을 비롯해 고위 관리자 및 핵심연구원 6명이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팹리스 기가디바이스에는 부회장과 이사가 각각 미국 여권을 소지 중이다. 이들이 향후 미국 시민권을 선택하면 중국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