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처마나 문화재에 그려진 전통 문양·복식이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을 위한 디지털 자산으로 재탄생했다. K팝과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다양한 한국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문화 유산을 글로벌 게임과 메타버스 속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전통 문양 메타버스 콘텐츠 구축 사업을 통해 개발한 디지털 자산을 언리얼엔진과 유니티 등 주요 제작 툴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언리얼엔진과 유니티는 3D·2D 비디오 게임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게임 엔진이자 영화, 애니메이션, 건축,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디지털화 작업에 활용되는 제작 툴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대부분의 게임과 메타버스 플랫폼 등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문화정보원은 전통 문양과 처용무 복식, 전통 가옥의 재질과 기와 형상 등을 언리얼엔진과 유니티의 그래픽 작업용 에셋 형태로 제작했다. 각종 게임의 배경이나 캐릭터 디자인 등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데이터를 개방, 전통 문화자산이 세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그래픽 에셋 형태로 이뤄진 전통 문양 등 디지털 자산은 3500여건에 이른다. 모두 철저한 전문가 고증을 거쳤으며, 저작권 문제도 사전에 해결했다. 각 에셋의 재질이나 색상까지 세밀하게 조절 가능하도록 제공, 별도의 추가 작업이나 비용 없이 쉽게 콘텐츠 내에 적용할 수 있다.
그동안 동양풍 게임과 콘텐츠에 주로 쓰이던 중국·일본식의 그래픽도 한국적 디자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 차후 제작비가 높은 편에 속하는 특수효과도 전통문양의 개성을 담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선보일 예정이다. 주제와 활용 용도별 에셋은 올해 12월 중 한국문화정보원이 운영하는 '문화 공공데이터광장'을 통해 개방할 예정이다.
홍희경 한국문화정보원장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메타버스, 게임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재작업이 필요 없는 최적의 고품질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다면 민간 산업의 콘텐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개발자가 한국적 소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됨으로써 메타버스 콘텐츠에도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