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파급되면서 혁신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은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고, 일상을 변화시키고,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된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은 뉴욕 구상을 통해 디지털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가속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디지털은 그 자체가 기술인 동시에 혁명이라고 언급했다. 디지털이 도대체 뭐기에 혁명에 비유되는 것일까. 대답의 실마리는 우리의 삶 바로 근처에 있는 사물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본래 인간이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방식을 원격으로 가능하게 함으로써 더 편리하게 하는 등 보조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최근 사물인터넷은 기존의 보조적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 업무 방식이나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네트워크 연결기기의 폭발적 증가와 인공지능의 결합이 가능케 한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의 대두 때문이다.
보험업은 본래 사고가 난 이후에 보상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예방은 전통적인 보험업의 업무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사물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혁신은 '인슈어테크'라는 이름 아래 보험업을 예방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한 보험사는 '최고의 보상은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라며 고객 주택을 위해 센서 기반으로 화재, 침입, 누수 조기감지 등 종합예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한 보험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인공지능 등을 통해 고객의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지능형 사물인터넷은 안전 분야에서도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캐나다의 한 건설회사는 건설 현장에서 다양한 센서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콘크리트 강도를 비롯해 온도·습도·진동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콘크리트가 완벽하게 건조되려면 온도가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지, 콘크리트 건조가 완료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이는 다시 건축물 붕괴 등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한 정밀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디지털이 안전 분야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뉴욕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사물인터넷을 육성하고 있다. 지능형 사물인터넷이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더 다양하게 융합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 8월에는 '디지털 기반 국민안전 강화방안'을 수립하여 그동안 디지털전환이 다소 저조한 일터, 생활, 재난 등 3대 안전 분야에서 지능형 사물인터넷 중심으로 디지털 융합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책을 본격 추진하기로 하였다.
정부는 지능형 사물인터넷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지능형 사물인터넷 산업 육성을 위해 신서비스 발굴, 중소기업 개발 지원, 핵심원천 기술 개발 등에 총 272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스마트홈, 재난안전, 농림축산, 유통물류 등 분야에서 킬러서비스를 발굴하여 지능형 사물인터넷의 저변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또한 올해부터 사람의 제어 없이도 사물끼리 자율적으로 소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형 사물인터넷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 사물인터넷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스피커 등에 대해 사물인터넷 보안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보안 가이드라인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주요 AIoT 기업의 신제품, 주요 연구개발 성과, 표준 관련 현황 등 AIoT 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지능형 사물인터넷 진흥주간'이 19일부터 사흘 동안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진흥주간에서는 산·학·연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산업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기회도 갖는다. 이번 진흥주간은 '미래를 여는 AIoT 기술,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캐치프레이즈로 해서 운영된다. 특히 올해는 재난안전 쇼케이스 등 국민 체감이 높은 분야와 AIoT 융합 사례도 확인할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물인터넷은 이미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아직도 융합과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사물인터넷이 혁신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도 우리 기업이 국내 안전과 편의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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