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녹취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 측에 돌리는 녹취가 추가 공개됐다.
차기 정부가 출범을 앞둔 우파 연합의 핵심축 인사인 베를루스코니의 연이은 ‘친푸틴’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 통신사 라프레세, 영국 블룸버그 통신 등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녹취록이 추가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소속 의원들에게 전쟁을 야기한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원치 않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동부 돈바스 지역에 있는 친러 분리주의자들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침공했다고도 주장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정직하고 분별있는 사람으로 교체하기 위해 침공했다며 “그러나 서방의 돈과 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속전속결'로 끝날 줄 알았던 이번 '특별 군사 작전'이 9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에는 그가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그가 FI 의원들에게 “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되살렸다. 내 생일에 그는 보드카 20병과 매우 다정한 편지를 보냈다”며 “나도 람부르스코(레드 스파클링 와인) 20병과 똑같이 다정한 편지로 화답했다. 난 그의 진정한 친구 5명 중 제일로 꼽혔다”고 자랑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이번 녹취록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전진이탈리아와 (이탈리아형제들)Fdl, 동맹(Lega) 등 우파 연합 소속 정당의 차기 정부 구성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왔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서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해온 멜로니 Fdl 대표는 연정 파트너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친푸틴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멜로니 대표는 이번 녹취록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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