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후단체 활동가들이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 으깬 감자를 뿌리며 과격 시위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화석연료 사용을 반대하는 독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은 이날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연작 그림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끼얹는 행위를 연출했다.
단체가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영상을 보면, 주홍색 조끼를 입은 두 명의 기후활동가는 음식물을 끼얹은 뒤 그림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벽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활동가는 “우리는 기후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가 우려해야 할 건 그림이 아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라스트 제너레이션은 트위터로 시위 장면을 공유하면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기억하는데 그림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림 위에 으깬 감자를 줄 것"이라고 썼다.
‘건초더미’는 1890년 모네가 당시 머물던 프랑스 지베르니 자택 근처의 건초 더미를 배경으로 그린 연작 작품으로 총 25점이 있다. 지난 2019년 경매에서 당시 모네 작품 중에서는 최고가인 1억 1100만 달러(한화 약 1600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건초 더미는 독일의 억만장자인 하소 플래트너의 소장품 중 하나로 미술관측이 영구 대여 중이다.
작품은 유리 액자 덕분에 훼손되지 않았지만 미술관장은 “기후 재앙에 직면한 운동가들의 시급한 걱정을 이해하지만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쓴 수단에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오는 26일부터 이 작품을 다시 전시할 예정이다.
경찰은 재산침해와 무단침입 등 혐의로 이번 퍼포먼스를 벌인 활동가들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최근 각국에선 기후활동가들이 세계적 작품에 음식을 뿌리는 행위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이 잦다. 올해만 해도 고흐와 다빈치, 피카소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공격 대상이 됐다.
영국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소속 2명은 이달 14일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끼얹는 시위를 벌였고, 그보다 앞선 7월에는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과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그림 테두리에 접착제로 손바닥을 붙이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영국의 환경단체 '멸종저항' 회원들은 이달 9일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에 순간접착제를 바른 자신들의 손을 붙이기도 했다.
시위에 이용된 그림들은 모두 액자안에 있어 훼손되지 않았지만 기후활동가의 과격 시위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라스트 제너레이션은 “명화들은 모두 훼손되지 않았지만, 기후 변화로 악화된 폭풍, 홍수, 가뭄은 이미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