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에 대한 검찰 수사 정보를 빼내 기소를 방해하려 한 혐의로 중국 스파이들이 미국에서 기소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 동부연방지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법 집행 당국 요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내부 정보를 빼돌려 화웨이 기소를 저지하려 한 혐의로 중국인 허가오춘과 왕정을 기소했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는 구체적인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고 '중국에 본사를 둔 익명의 통신회사'라고만 언급됐으나, 이는 화웨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수사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허씨와 왕씨는 지난 2017년 초부터 스파이 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 미 법집행기관 소속 관리 한 명과 친분을 맺었다. 공소장에 'GE-1'이라고 언급된 이 관리는 사실 미국 정부의 이중 스파이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감독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허씨와 왕씨는 이 관리에게 6만1000달러(약 8800만원) 상당 뇌물을 주고 화웨이에 대한 미 법무부의 수사와 형사기소에 관한 기밀 정보라고 믿은 자료들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뇌물에는 4만10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과 600달러 상당 보석도 포함됐다.
이들은 화웨이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증인, 추가 기소 가능성, 법원에 제출할 증거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앞서 미 정부는 2018년 화웨이가 HSBC 등 은행에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과 거래를 숨겼다며 처음 기소했다. 2020년에는 미국 기업들의 영업 비밀을 빼돌리고 지식 재산권을 도용하려 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미국 제재 대상인 북한과의 사업 사실을 속인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중국 정부는 미국 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방해하고 그 권리를 보호하는 우리의 사법 체계를 약화시키려고 했다”며 “법무부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법치를 방해하는 어떠한 외세의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