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 기공식을 갖고 현지 투자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시행령을 마련 중인 미국 정부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IRA 예외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신공장 부지에서 기공식을 진행했다. 기공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주정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실제 착공은 내년 초 이뤄지며 전기차 양산 시점은 2025년으로 예정됐다. 신공장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모든 브랜드가 사용하는 공용 공장으로 지어진다. 부지는 1183만 제곱미터(㎡) 규모로 연간 30만대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춘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한다. 총 투자액은 55억4000만달러(약 7조9753억원)에 달한다.
공장은 현지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조지아주는 현대차그룹 부품 협력사 투자도 10억달러(약 1조4391억원) 규모로 이뤄지고, 이를 통해 8100여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미국 투자계획을 세웠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13억달러(약 1조8717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동화 핵심 부품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조지아주는 새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고려해 자국 정부에 현대차그룹에 대한 IRA 적용 유예를 요청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도 현대차그룹 매출 감소에 따른 투자 계획 차질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시장 중 하나다. 미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배터리전기차(B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수소전기차(FCEV) 등 친환경차가 신차 판매의 50%를 차지하도록 지원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 목표치를 323만대로 세웠고 이를 달성하려면 30%가량을 미국에서 판매해야 한다.
지난 8월 통과된 IRA로 초기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IRA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 세액을 공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 만들어진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만 혜택을 받도록 했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전량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은 대상이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은 2025년 상반기 양산을 계획하고 있고 그밖의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법안 세부규정과 미국 내 판매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IRA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의 전기차 용도 전환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IRA 대응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공동 접근하고 있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신설 공장뿐 아니라 기존 공장 활용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