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본격화...사법리스크 해소 관건

[이재용 회장 취임]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본격화...사법리스크 해소 관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과 지배구조 개편 방향이다. 삼성그룹 시급 현안으로 꾸준히 지적된 과제다. 이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뉴 삼성' 혁신과 리더십 강화라는 명분에 따라 이들 과제 대응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컨트롤타워 재건 본격화...“과거 답습 안돼”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재구축은 이 회장이 지난 8·15 특사로 복권되면서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8월 말부터 수원, 화성, 용인, 기흥 등 사업장에 근무하는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소속 일부 직원에게 복귀 의사를 확인하는 등 물밑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9월 1일자 1면 참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는 1959년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비서실을 모태로, 1998년 이건희 회장이 구조조정본부로 개편해 운영해 왔다. 이후 2006년 전략기획실로 전환했다가, 2008년 이건희 회장 퇴진과 함께 전략기획실도 해체됐다. 2010년 이건희 회장 복귀 후 미래전략실로 부활했는데, 2017년 2월 이재용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관되면서 해체됐다. 현재는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운영 중이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협의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친 후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협의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친 후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재계뿐만 아니라 삼성 내부에서도 컨트롤타워 재편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60개 계열사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이 발 빠른 의사결정과 경영지원을 책임질 컨트롤타워 하나 없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이유다.

이 회장이 취임과 함께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한 만큼 그룹 차원의 새로운 컨트롤타워 정립도 빨라질 전망이다. 반도체, 모바일 등 주력 사업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수합병(M&A)은 물론 사업 부문 간 시너지 창출 전략도 강조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삼성은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경영 참여가 어려운 상황에서 각 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의 책임경영 체제로 운영했지만 대형 M&A 추진이나 중장기 전략 구상, 그룹간 시너지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기에 삼성이 내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설팅을 의뢰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역시 그룹 차원 컨트롤타워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컨트롤타워(미전실)이 일각에서 '적폐'로 인식돼 사라진 만큼 신중히 접근할 가능성도 높다. 여전히 회장 취임에 따른 반대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체제' 강화만을 명분으로 컨트롤타워 재건을 바라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여론이 납득할 명분과 기존 지적되던 문제점을 해소할 새 조직을 신중하게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구조조정본부, 미전실의 역할과 형태를 답습해 '관리'에 초점을 둔 조직보다는 민첩한 의사결정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한 슬림한 조직으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지배력 분산, 준법 경영 약속 등 주주 설득을 위한 메시지도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자료: 전자신문 DB)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자료: 전자신문 DB)

◇지배구조 개편·사법리스크 과제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잔존하는 사법리스크 과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오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를 가지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한다.

이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주식 중 절반을 상속받아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총수 일가 지배력을 공고히 했지만,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해 삼성전자 지배력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도 변수다.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20조원 이상 나머지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무차별적인 해외 투기 자본이 침투하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고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더욱 취약해져 이 회장의 오너십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선 후 여러 차례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지만 완성되지 못했다. 올해 초 출범한 제2기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과제로 꼽으며 합리적으로 삼성이 지배구조를 해결할 방법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사법리스크도 남아있는 관문이다. 이 회장은 2020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신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부당행위를 한 혐의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매주 목요일마다 피고인 자격으로 해당 사건 법정에 출석 중인 이 회장의 유죄가 인정되면 취업 제한 등 다시 경영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사법리스크가 온전히 해결되지 못하면 해외 출장 등 대외활동뿐만 아니라 사내이사, 대표이사 등 등기 임원 등록에도 걸림돌이 된다.

사법 리스크 잔존과 함께 여전히 미등기 이사라는 꼬리표도 부담이다. 이 회장은 복권 약 3개월 만에 그룹 최고 직책에 올랐다. 책임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각종 책임 부여와 주주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기이사 재선임을 제쳐두고 회장직에 먼저 오른 것은 부정적 여론을 키울 수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