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1988년 창립 이래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와 시험 인증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표준화를 선도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ICT 산업 성장에 이바지했다.
현재 2만3000여건 표준을 제정·보급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제표준화기구 활동에 참여하며 긴밀한 협력으로 국내 핵심기술 국제표준화를 도모,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서 우리나라 글로벌 ICT 표준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국제 수준 시험인증 기술 규격·기준을 마련하고 국내 기업 제품 개발, 시험, 인증 획득과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글로벌 시험인증 종합지원 체계를 갖춰 우리나라 제품 국제공인 수준 신뢰도와 품질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기술 자문 서비스와 표준기술 동향과 정보제공을 전개하고 표준화·시험인증 품질 전문인력 양성에 힘쓴다.
※공동기획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참여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국제표준화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표준을 중심으로 공급사슬이 재편되고 외교 동맹이 강화되는 등 정세 변화가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과 6월 우리나라가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한 G7 장관급 회의와 G7 정상회의에서도 디지털 기술 표준화에 대한 각국 공통 관심사를 정의하고 표준화 과정에 포용적 참여를 위한 모범사례 공유를 촉진하기로 했다.
디지털 기술 표준화 협력체계에 대한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TTA를 컨택포인트로 하는 G7 PoC(Point of Contact) 회의를 통한 주요국과 ICT 표준화 협력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표준 신흥국 호주와 싱가포르 등 우호국 간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세계는 표준을 디지털 전환 시대 기술패권 확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첨단기술·국제표준화 선점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 ICT 표준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6G 비전, 인공지능(AI) 규범 등 거시적 합의를 위해 정부를 중심으로 현재 진행 중인 국제협력 과정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재정적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 정부 역시 디지털 표준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투자·전략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예산 규모를 18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3% 증액 편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고 국가 필수전략기술 선정과 육성·보호 전략,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등 국가정책을 기반으로 기술패권 주도권 확보에 핵심적으로 기여할 데이터와 5G·6G 이동통신 등 디지털 표준기술 분야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부터 전략적 표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ITU·국제이동통신표준화협력기구(3GPP) 등 국제표준화기구와 국제협력과 디지털 표준기술을 포함하는 국제 통상 무대에서 싱가포르·호주·독일 등과 양자 및 미국 중심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같은 다자간 국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확실하게 ICT 글로벌 표준화 경쟁력을 확립하려면 무엇보다 국내 R&D 결과를 국제표준에 반영하고 국제표준화기구에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국제표준화 전문가 확보, 국제표준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TTA는 과기정통부 정보통신방송 표준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국제표준화 전문가 양성과 국제표준개발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TTA는 디지털 표준기술 분야에 민·관이 협력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도록 신진 표준화 전문가부터 국제표준화기구 의장단 지원, 명장급 전문가까지 체계적 국제표준화 전문가가 양성될 수 있는 성장유도식 ICT 국제표준화전문가 양성·지원을 강화한다.
기술혁신 주도형 신진 국제표준화 전문가 양성을 위해 대학원 연계 전문교육과 신진 표준전문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AI, 5G·6G, 양자통신, 차세대 보안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 국제표준화를 포함한 25개 과정을 개발해 신진 표준전문가를 양성한다. ICT·ICT융합 전공 대학원과 협력해 연구주제 맞춤 표준 전문과정을 올해 시범 운영, 내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신진 표준 전문가와 기술·기구별 코칭 전문가를 매칭해 회기별 자문과 국제회의 실무경험 축적을 위한 국제표준화무대 참가 지원을 수행, 올해 6월 기준 신진 전문가 48명과 코칭 전문가 35명에 대한 매칭으로 국제표준 기고서 53건을 제안하는 성과를 얻게 됐다.
국내 R&D 결과물인 원천기술 국제표준 반영과 의장단 진출을 통한 국제표준화기구 영향력 강화 노력도 병행한다. 2026년까지 ICT 국제표준화 전문가를 1000명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2000년부터 국제표준화 전문가 지원을 통한 국제표준화기구 의장단 씨앗을 심어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ITU, ISO/IEC JTC1와 사실표준화기구를 합쳐 358개 의장단석을 확보하고 미국·중국 등 193개 회원국을 보유한 ITU에서 한국 의장단 수가 3위 수준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 국제표준화 경력 15년 이상 전문가로서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영향력 있는 전문가와 고경력 은퇴 전문가 지속적 국제회의 참가를 지원하고 축적된 경력을 후세대에 이양하기 위한 명장급 전문가(옛 국제표준 마에스트로)를 선정 지원하고 있다. 올해 7월 AI, 이동통신, 위성 등 디지털표준기술 분야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해 신규 4명을 포함해 총 23명 명장급 전문가를 선정했고 글로벌 표준화기구 의제 분석과 정책이슈 대응활동, 차세대 의장단 배출을 위한 멘토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우리나라 의장단은 국내 기술 국제표준화 추진에 큰 기여를 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교사절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전문가는 초기 정보 획득과 기술 기고서 제출 등 표준 팔로워(Follower)에 머물렀지만 TTA 지원을 통한 활약으로 글로벌 ICT 표준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ITU에서 국제표준 개발을 위한 기고서 제출 순위 세계 3위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적극적인 표준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5G·6G 분야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국제 표준화를 선도하고 관련 표준특허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세계 주요국 표준화 경쟁은 치열하다. 2019년 세계 최초로 국내 상용화된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상용화 핵심 국제표준과 표준특허를 확보,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원천기술 주도권을 공고히 했다. ITU 내 6G 비전 작업그룹을 신설하고 우리나라가 의장단을 수임해 국제표준화기구 내에서 우리나라 주도 표준화가 추진될 수 있도록 새로운 국제협력체계를 구축했다. 6G 비전(IMT-2030) 권고와 미래기술동향(TT) 보고서 관련 기고서 제안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I는 선진국이 원천기술과 플랫폼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윤리와 거버넌스를 고려한 인간중심적 AI 발전·활용과 AI데이터 신뢰성 관련 표준 개발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최근 ITU 산하 기계학습 표준화 공동조정그룹(JCA-ML)이 신설되고 초대 의장으로 우리나라 인사가 선임됐다. 글로벌 표준화 경쟁 구도 속에서 우리나라가 AI 분야 표준화 선도를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온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표준화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소스 활용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 AI 전문연구실을 통한 장기적 지원과 오픈소스 연계 표준개발 과제 신설 등 시장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양자통신 분야에서는 기존 암호화 방식의 연산 속도를 개선하고 보안을 강화한 양자암호 등 보안 관련 표준이 우리나라 주도로 개발됐다. 이와 연계된 표준특허를 확보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표준이 반영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세계 최초로 양자키분배 네트워크 표준을 개발하고 양자암호통신 보안과 관련해서 보안 프레임워크·암호키 결과와 보안키 공급에 대한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등 양자통신 사업화·상용화 초기 선점을 위한 민·관이 힘을 합쳐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등 차세대 보안 분야에서는 사이버 위협 방역과 공공·민간에 제공되는 방대한 데이터 보안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차세대 보안에 대한 국제표준을 선제 확보, 글로벌 시장에서 원천기술 주도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전자 지불 서비스와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점에 대한 보안 요구사항 등 침해정보 수집·보존, 악성코드 분석·대응으로 증가하는 사이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제표준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온라인상에 전달·저장되는 데이터 위조·변조·유출·해킹·서비스 거부에 대한 보안과 정보보호 관리 체계·보안평가 관련 표준, 표준특허 확보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2년 ITU 회원국 가입 이래 1989년부터 이사국으로 선출, 올해 ITU 전권회의에서 이사국 9선 연임에 성공했다. TTA는 ICT 국제표준화 전문가 양성을 위해 ICT 국제표준 전문가 활동과 주도적 디지털 표준기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이어갈 예정이다. 축적된 ICT 표준화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 기술패권 리더십을 확대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