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스파크랩 창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망 분리 등을 이유로 정부가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못하는데 산업 발전이 안 된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규제 등으로) 사회가 경직된 걸 느끼는데, 사회의 동맥경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직방, 타다 등 이해관계에 부딪쳐 혁신이 좌절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결국 (택시난으로) 타다를 다시 부르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2년 유예를 주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두고 투자자 입장에서 규제샌드박스 종료 후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2012년 설립한 스파크랩은 초기 스타트업을 투자·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AC)다. 이 대표를 비롯해 김유진·김호민·버나드 문 등 4명이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발란, 원티드랩 등 우수 스타트업 270여개사에 투자했다. 이들 포트폴리오사의 후속 투자 유치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조3000억원이다. 총 기업가치는 6조7000억원에 달한다.
10년 전과 가장 큰 변화로는 사업 실패비용 낮아진 데 따른 창업 우호적인 환경을 꼽았다. 이 대표는 “10년 전에는 대표가 보증을 서면 형사처벌을 받는 등 실패비용이 굉장히 컸고, 창업을 고민하는 대부분이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서 “스파크랩을 비롯해 뜻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오면서 실패비용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겐 과감히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10년 뒤 100개 스타트업 중 10개가 남으면 잘됐다고 평가할 만큼, 망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게 AC의 업”이라면서 “초기 스타트업은 망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즐겁게 뛰어드는 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부침과 관계없이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구글·페이스북 등 위기 때 살아남은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호민 대표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HW)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HW·SW 둘 다 잘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파크랩이 운영 중인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 △스파크랩 큐(Q) △스파크랩 아이(I) 등도 소개했다. 액셀러레이터 앱은 스파크랩이 접촉한 스타트업 관련 정보를 모은 플랫폼이다. 스파크랩 큐는 스타트업 재무 관련 정보를, 스파크랩 아이는 투자자를 위한 펀드 현황과 포트폴리오사 관련 정보를 담았다. 김호민 대표는 “최신 투자 트렌드, 최적 투자자 및 펀드 매칭 추천, 후속 투자 유치 기회 알림 기능 등으로 AC, 벤처캐피털(VC)업의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