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6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개막했다. 18일까지 이어지는 COP27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비롯한 80여개 국가의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변화 시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논한다.
지난해 열린 COP26에서 각국 정상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를 제시했다. 30년 뒤 인류멸망이라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세계적으로 극심한 폭우·폭염과 가뭄·홍수 재해가 빈번해지고 악화했다.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는 이제 당면과제가 됐다.
한국만 봐도 올 여름 8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도심은 물바다가 됐고, 반지하 주민들이 침수로 목숨을 잃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포항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후재해는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빈국일수록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파키스탄 홍수, 중국 가뭄, 필리핀 태풍 등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수억명의 일상을 파괴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기후재해는 피할 수 없다”면서 “가장 취약한 지역 사회의 회복력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탄소배출 '감축' 못지않게 기후위기 시대에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ADB는 2019~2030년 기후변화 예산을 800억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확대했는데 이 중 '적응' 분야에 340억달러를 책정했다. 당장 재난 예방 투자를 확대해 취약층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세계은행(WB)은 아프리카 가나 국가기후개발보고서(CCDR)를 통해 기후재난 대비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적어도 100만명이 빈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나에서는 연평균 약 4만5000명이 홍수 영향권에 있으며, 가나 해안선 절반이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식과 홍수에 노출됐다. 사회 인프라와 농작물 피해를 낳아 2050년까지 저소득 가구 소득이 40%까지 감소할 수 있다. 가나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평균의 24%에 불과한데 피해 규모는 절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부유한 국가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가난한 나라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탄소배출 세계 9위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한국 또한 글로벌 중추 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 정부는 상습 침수구역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추가 설치하고, 이상기온 대응 품종도 개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홍수경보, 산불·산사태 조기경보 등 기후위기 감시 인프라도 확대할 방침이다. 기후재난 대응 역량을 쌓아 유·무상의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개도국 '적응'을 지원할 수 있다. COP27, 국제무대에 한국의 '그린 ODA' 정책을 널리 알리고 인류를 위해 정의로운 전환을 주도할 기회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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