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경쟁사 FTX 인수를 추진한다. 두 거래소는 코인베이스와 함께 세계 거래소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를 자랑한다. FTX 위기설이 현실화하고 시장 불안이 커지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 시세도 크게 요동쳤다. 9일 새벽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FTX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FTX를 완전히 인수하고 유동성 위기를 돕기 위해 인수의향서(LOI)에 서명했으며, 조만간 실사(DD)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샘 뱅크먼 프리드 FTX CEO 역시 “DD를 포함한 바이낸스와 전략적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현재 출금 잔액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모든 자산은 일대일로 커버되고, 유동성 위기는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빅딜 성사 가능성이 주목된다. LOI는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그 자체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자오 CEO 역시 이를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추후 실사 결과 등에 따라 결정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두 대형 기업의 합병으로 인한 반독점 이슈다. 로이터 등은 바이낸스가 현재 미국 법무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금융 규제 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논평했다. 세스 블룸 등 반독점 전문가들 역시 미국 규제기관이 이 거래를 막기 위해 소송을 걸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태는 이달 2일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FTX의 관계사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알라메다의 부채 비율이 과도한데 자산의 상당 부분이 FTX토큰(FTT)으로 구성됐다는 사실로 FTX가 부실을 덮어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자오 CEO가 보유한 FTT를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FTT 가격이 폭락, FTX 거래소에서도 뱅크런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8일(현지시간) FTX가 가상자산의 온체인 출금을 중단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날 정오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10.76% 감소했다. 일부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대부분 코인이 가격 하락을 보였다. 대장주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11%, 이더리움은 16% 이상 급락했다. 유동성 위기로 신뢰에 직격탄을 맞은 FTT는 하루 동안에만 73% 폭락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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