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 허브' 유인책 강화해야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빅4' 업체가 모두 한국에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공정 핵심 장비인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은 16일 경기도 화성에 '뉴 캠퍼스'를 착공한다. 장비 재(再)제조 및 트레이닝 센터로 활용될 뉴 캠퍼스는 국내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밀착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심자외선(DUV) 및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 부품을 제조하고 첨단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센터·체험관도 건립된다. 이를 위해 ASML은 2025년까지 총 2400억원을 투자한다.

이번 투자로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모두 한국에 기술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장비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할 예정이고, 램리서치와 일본 도쿄일렉트론도 R&D센터를 신설하거나 증설했다.

이들 업체의 한국 투자 확대는 수요 기업을 밀착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하지만 반도체부터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첨단 기술 생태계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을 인정한 결과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강화와 발로 뛰는 투자 유치 노력도 빛을 발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넘어 배터리, 미래차, 바이오 등을 망라한 차세대 신산업의 진정한 기술 허브로 진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우수한 인력 양성과 산업 육성, 재투자의 선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ASML의 투자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