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시진핑, 韓中 협력에는 공감...속내는 北·美 견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25분간 한중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증진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만남이다. 한중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개최된 이후 3년만에 이뤄졌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국과 중국이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자는데 뜻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 기후변화와 같은 복합적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중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 공감을 표하면서 1.5 트랙(반관반민) 대화체제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한국이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광범위한 이익관계가 있다”고 했다. 또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최상위 동맹국인 미국이 자국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시 주석은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등 동맹국과 함께 압박 강도를 높인 미국을 향해 '진정한 다자주의'를 언급하며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새정부 출범 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에 보낸 경고성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시 주석이 이 자리에서 한중 양국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 안보화(안보와 경제를 자의적으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이른바 '칩4(한미일·대만)와 한미일 3국이 신설하는 경제안보대화체 등에 대한 견제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미국 위주의 세계질서 재편에 대한 견제 의사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면, 윤 대통령은 시 주석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의 잇따른 군사도발을 견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북한에 제안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면서도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 주석은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요청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