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습니다. 숫자도 문제지만 적합한 인력도 부족합니다.” 취재 중에 만난 중소기업 대표는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사람은 필요한데 지원자는 턱없이 적고, 채용하자니 역량 미달의 지원자뿐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주력 과제로 선정한 신산업 영역에도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미래신주력산업 인력수급 상황 체감' 조사에서 반도체, 미래차, 조선, 바이오헬스 업계 모두 인력난을 호소했다. 그 가운데 바이오헬스와 미래차 업계는 인력 부족 원인으로 '해당 분야 경력직 지원자 부족'을 꼽았다. 절대 인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적합한 인력도 없다는 의미다. 이들 업계 모두 당장 인력 부족뿐만 아니라 5년 후 인력 수급 전망도 비관적이다. 정부가 인재 양성·혁신 제도 등 지원책을 펴는 신산업 분야조차 인력난에 허덕였다.
한편에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년 체감실업률은 19.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얼어붙은 취업시장 속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대졸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을 낳았다. 경기침체와 고용한파 속 청년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구직자는 일자리가 없다고 외치고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호소하는 '고용시장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청년에게 무조건 눈을 낮추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극악의 노동강도와 낮은 임금을 위해 지원할 구직자는 없다. '일하고 싶은 회사'가 많아지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모든 책임을 기업에 떠맡길 수도 없다. 기업이 임금을 올리고 복지제도를 개선해야 하지만 단편적인 자구책이다.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경총 조사에 응답한 업계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인력채용 비용 지원'과 '기업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지원 확대' 등을 꼽았다. 일괄적인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업종별 상황에 적합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업도 '뽑고 싶은 사람'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당장 고용지원금 수급을 위한 머릿수 채우기식 인력 채용은 의미가 없다. 적합한 인력을 뽑도록 현장 맞춤형 직업훈련 강화, 고용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력 자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장기적 정책도 필요하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각한 것은 오래된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최저임금 인상, 경기둔화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고용시장을 둘러싸고 있다. 구직자와 기업 모두 웃을 수 있는 장단기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정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10년 뒤에도 같은 문제를 얘기할 순 없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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