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에너지를 시시각각 발산하고 있는 태양의 표면에서 ‘빵긋한 미소’ ‘미끄러지는 뱀’ 등 다양한 모습이 포착됐다.
15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태양 궤도 탐사선 ‘솔라 오비터’를 운영하고 있는 유럽우주국(ESA)이 지난 9월 5일 촬영한 태양 표면에서 일어난 독특한 형상을 공개했다.
솔라 오비터에 탑재된 극자외선 이미저(EUI)가 촬영한 영상에는 뱀 모양의 플라즈마가 오른쪽 아래에서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표면을 미끄러지듯 가로질렀다. 이 ‘태양의 뱀’이 태양 표면을 유영한 시간은 총 3시간이며, 이 때 속력은 초속 170km에 달했다.
섭씨 100만도에 달하는 태양의 표면은 고체도 액체도 아닌 이온화된 기체 상태 ‘플라즈마’(대전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현상은 플라즈마와 태양의 보이지 않는 자기장 사이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이번 현상이 주목받는 점은 뱀이 유영한 자리에서 수십억 톤의 플라즈마를 방출하는 ‘코로나 질량 방출’(CME)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ESA는 성명에서 “’태양의 뱀’이 CME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현상은 카메라는 없지만 태양 주변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미국의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에도 닿았다. CME 현상으로 방출한 플라즈마가 우연히 태양에서 근접 비행하던 파커를 덮쳤고, 내부에 있는 과학기구들이 가스 데이터를 수집하게 됐다.
코로나 질량 방출 현상과 기체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은 태양 궤도 탐사선의 주요 과학적 목표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인류는 태양 활동과 지구 위성과 다른 기술을 방해할 수 있는 ‘우주 날씨’의 원리를 밝혀낼 계획이다.
지난 2일에는 나사가 운영하고 있는 솔라 다이내믹스 천문대(SDO) 망원경이 태양의 미소를 공개하기도 했다. 10월 26일 촬영된 이 사진에서 두 눈과 웃고 있는 입 형상을 한 어두운 부분은 태양의 코로나 홀이다. 태양 자외선이나 X선 영상에서 주위보다 어둡게 관측되는 부분을 코로나 홀이라고 한다.
한편, 솔라 오비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유럽우주국(ESA)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우주 임무다. 2020년 2월 10일 발사돼 이달 초 우주에서 1000일을 맞이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