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핀테크의 '겨울나기' 대응책

[핀테크 칼럼]핀테크의 '겨울나기' 대응책

올해 핀테크 업체들의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투자가 자취를 감추고 이른바 기업 몸값인 주식 가치가 반 토막 이하가 됐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주가가 최근 급등하고 있는 금리와 역 관계에 있는 데다 핀테크 같은 벤처는 현재보다 미래수익 기대가 강해서 금리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위해 적정 주가를 나타내는 배당할인 모형을 생각해 보자. 배당할인 모형에서 미래에 지급되는 배당들의 적정 주가는 각각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합한 값으로 본다. 구체적으론 분자에 있는 '미래이익을 통해 발생하는 배당들'을 분모에 있는 '할인율, 즉 시장금리'로 각각 할인한 합계다.

따라서 분자의 미래이익이 같아도 분모의 할인율, 즉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기업 가치 할인이 커져서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최근 미국발 금리 급등으로 세계 주가가 하락하고, 먼 미래의 이익이 많은 기술·성장주와 벤처가 폭락한 이유다. 특히 핀테크는 금융의 벤처 신산업이어서 금융시장과 금융회사 상황이 어려워지면 수익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자금난으로 직원 채용 중지는 물론 복지·출장까지 줄이며 전사적인 비용 삭감에 나서고 있는 핀테크 업체가 늘고 있기도 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업계에선 금융경쟁력을 높여 온 핀테크 혁신의 불을 계속 지피기 위해선 우선 '마중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벤처의 버블적 요소가 해소될 때까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벤처는 기본적으로 정보 비대칭 성격이어서 충격이 오면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실패' 또는 '취약영역'이라는 게 업계의 대다수 의견이다.

마중물 투자 확대는 초기 단계와 스케일링 업 단계의 투-트랙(two-track) 접근이 바람직하다. 초기 단계 전용 펀드 조성을 통해 지속적인 핀테크 붐을 조성하고, 동시에 국내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스케일링 업 펀드로 유니콘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싱가포르의 '테마섹'이나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같은 이른바 유니콘 펀드가 없다.

이래서는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유니콘을 우리 힘으로 만들 수 없고, 유니콘이 돼도 해외 투자자에 의해 좌지우지될 공산이 크다. 앞으로 벤처의 '옥석 가리기'와 진정한 벤처 리더 탄생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면 지금이야말로 한국 브랜드의 '유니콘 펀드'를 준비할 시점이란 생각이다.

또 하나 중요한 대책은 규제 완화 및 혁신 지속을 통한 수익 모델 확보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활성화, 보험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금융사와 핀테크 협력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핀테크업계에 직접적인 규제 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데이터 유통 거래 확대에 더욱 적극적이었으면 한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있긴 하지만 데이터 경제 시대의 '혁신금융서비스와 고용 창출'에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도 자구책 마련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벤처 혹한기엔 다양한 시나리오 대응책이 중요하다. 예컨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제롬 파월 의장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금리 인상의 결정 변수인 인플레이션이 원유가격 등의 영향으로 이미 미국만의 내생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최악의 시나리오 대책이 필요하다.

혹한기에는 수익모델, 자금조달, 인력관리 등 세 가지 관리 포인트가 핵심이다.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는 수익모델 확보가 중요하지만 시간이 걸릴 때는 투자가격을 과감히 낮춰서라도 적극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 또 스케일링 업을 앞두고 인력을 늘린 업체의 경우 인력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혹한기에 핵심 인력을 어떻게 유지·확보했느냐에 따라 앞으로 벤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지 성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업계의 파이팅을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