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가 없다. 무림의 절대 고수로 등극했다. 2년여 만에 아성을 구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 전 출사표를 내밀 당시만 하더라도 연륜과 중량감에 대한 의구심이 없지는 않았다.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삐딱한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과거 세간의 판단과 편견이 잘못됐음을 보란 듯이 완벽하게 입증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주인공은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이다. 조 회장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한소협)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차기 회장을 추천할 권한이 있는 인사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조 회장을 추천했다. 다른 후보를 추천한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추천권을 행사한 인사 기준으로 보면 만장일치 추천이다. 한소협 회원사들이 조 회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판단의 결과다. 일각에선 조 회장을 높이 평가하며 차제에 회장 임기(2년)를 늘리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조 회장이 지난 2년여 동안 한소협 임직원과 얼마나 열정적으로, 분주하게 활동했는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회원사 확대를 통한 협회 외연 확장은 물론 SW 대표단체로서 SW 산업발전과 SW 기업 및 SW기업인 위상 제고를 위한 활동에도 전력투구했다.
협회장으로 취임하며 일주일에 이틀 협회로 출근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어기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인 유라클에 현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장 내년에 기업공개를 차질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본인이 협회 출근을 자처했다. 약속과 달리 이틀 이상 협회로 출근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조 회장이 출근해서 자리만 지키는 건 아니다. 끊임없이 일을 만들었다. 한소협 임직원의 고충과 수고는 묻지 않아도 불을 보듯 훤하다. 조 회장은 협회장 취임 이후 골프도 중단했다. 조 회장은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중단했다고 털어 놨다.
조 회장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협회장 역할을 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다른 협회장을 지낸 적이 있는 한 SW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조 회장처럼 협회 업무에 올인(All-in)하는 협회장은 없었다”면서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장일치 추대에는 그럴말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연임 확정 이후 혹시 피곤함을 토로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빗나갔다. 단독 추천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지난 2년여 동안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았다는 안도감과 앞으로 2년 동안 이전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 등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이전에도 힘들지 않냐고 가끔 물었지만 조 회장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기왕에 맡은 거 열심히, 그리고 잘하겠다는 것이었다.
연임이 확정된 조 회장은 내년 2월 제19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에 취임한다. 지금까지 행보를 감안하면 두 번째 임기를 맞는 조 회장이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 게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진력 있게 실행할 것이 확실하다.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조 회장에 대한 한소협 회원사들의 기대는 종전보다 클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이 이전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조 회장이 감수해야 할 부담이다.
차기 회장으로서 계획을 묻자 조 회장은 정식 취임 때 공개할 것이니 더 이상 묻지 말라며 부탁했다. 내년 2월 조 회장이 내놓을 취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궁금하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
김원배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