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코가 내년 1분기 저시력 환자용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양산한다. 소형·경량화로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한 제품을 선보인다. 손상된 망막에 이미지센서를 삽입, 시력을 회복하는 '전자 눈' 사업도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육성·지원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더'에 참여한 셀리코는 최근 초·중기 저시력 황반 변성 환자를 위한 AR 글라스 1차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사용자 요구 사항을 추가 반영해 개선 제품을 내년 3월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부품 업체들과 위탁 생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석 셀리코 대표는 “현재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광학 엔진과 신규 부품 대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기존 150g 수준 제품 무게를 100g 안팎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셀리코 AR 글라스는 황반 변성으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 사람을 위한 특수 목적용 솔루션이다. 황반은 안구 내 신경층인 망막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위다. 황반 변성이 발생하면 빛을 제대로 감지할 수 없어 시력이 떨어진다. 황반 변성 증상으로는 시력 중앙 부위가 안보이는 '중심 암점'이나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는 '변형시' 등이 있다.
셀리코 AR 글라스는 어둡게 보이는 중앙 영상을 분리, 시야 바깥 부분(주변부)에 배치하면서 중심 암점 문제를 해결했다. 시야 보조용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데이터를 고해상도 광시야(와이드 FoV) 옵티컬 엔진으로 실시간 처리한다. AR 글라스 안쪽에 탑재된 풀H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로 사용자에게 화면을 보여준다. 셀리코는 독자 개발한 영상 처리 기술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도 제공,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시켰다. 셀리코 AR 글라스는 CES 2023 혁신상을 수상했다.
셀리코는 차세대 제품인 '전자 눈' 연구개발(R&D)도 속도를 내고 있다. AR 글래스가 초·중기 저시력 황반 변성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전자 눈은 망막 질환 말기 환자를 위한 솔루션이다. 초소형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활용, 이미지센서를 매우 작게 만들어 망막 층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마이크로 전자 눈을 개발하는 건 셀리코가 처음이다. 전자 눈은 이미지 센서 소형화 뿐 아니라 이물감을 최소화하는 인체 공학적 설계, 생체 안정성을 고려한 소재, 고효율 전력 전송이 가능한 무선 충전 등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
셀리코는 현재 256픽셀 전자 눈 기술을 확보했다. 전임상으로 시력을 상실한 돼지에 전자 눈을 삽입, 유효성 검증에 성공했다. 빛을 비췄을 때 전자 눈을 통한 뇌파 반응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르면 내년 임상 실험 인허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리코는 2000픽셀 성능을 확보하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망막 질환 환자는 2010년 14만6000명에서 2025년 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전자 눈 시장은 연평균 9.6% 성장, 2025년에는 369억달러(약 4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