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고 지각 협상에 나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양보없는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야 모두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을 목표로 배수진 협의에 나섰지만, 서로에게 진정성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엄포를 놓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긴 뒤 5일 각각 열린 비대위회의와 최고위회의에서 상대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일에 이어 이틀째 '2+2 협의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호 입장에 대한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재명 당대표 방탄'에서 빠져나올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면서 예산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이 민생을 위한 예산안 처리와 이태원 참사 진상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내팽개치고 이재명 방탄에 정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에 중요한 것이 민생인가? 그분 (이재명) 살리기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처리 본회의 일정 억지를 부렸다”면서 “나라살림보다 장관 해임이 중요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 원안 예산을 고집하고 야당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행태가 윤석열 정부의 '불통'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늦장 예산의 책임도 '준예산'을 거론하고 예산안 조정 심사를 거부한 채 본회의를 무산시킨 정부와 여당에 물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이 나라 예산을 주머니 공깃돌로 취급하고 있다”라며 “예산 협상에 계속 무책임하게 나온다면 단독수정안 제출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계획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에 대해서는 탄핵 절차 추진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합의하지 못했던 예산 감액·증액과 예산 부수법안 관련 협상은 계속해서 쳇바퀴를 돌고 있다. 여야 정책위원장과 예결위 간사가 2+2 협의체를 구성해 이틀간 접점을 모색했지만, 의미있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주요 갈등 법안의 처리를 놓고 곳곳에서 여야 충돌이 발생하는 점도 예산안 협상의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여야가 '불법파업조장법'과 '노란봉투법'이라고 달리 부르며 맞서고 있고, '안전운임제'와 '방송법'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특히 방송법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다.
여야 모두 지각협상에도 강경 입장을 꺾지 않으면서 정치권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오늘 9일 예산안 통과 여부에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내년도 예산안이 12월 9일을 넘긴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2 회동 결과 너무 간격이 크고 평행선 달리고 있어서 큰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라며 “다시 여야 원내대표끼리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