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43>유비쿼티의 디지털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43>유비쿼티의 디지털

편재(遍在). '두루 편' 자에 '있을 재' 자를 쓴 이것은 널리 퍼져 있다는 뜻이다. 널리 그득 차다는 의미의 편만(遍滿)하다는 것과도 통하는 바 있다. 이런 뜻의 영어로는 유비쿼티(Ubiquity)가 있다. 유비쿼티는 한때 유행어로 쓰인 유비쿼터스(Ubiquitous)에서 왔다.

이 단어는 웬만한 국어사전에서도 싣고 있다. 한 사전은 이것을 '어디든지'(everywhere)이라는 뜻의 라틴어 '우비크'(ubique)에서 나온 신조어로, 사용자가 장소나 시간 또는 네트워크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혁신을 이야기로 접한다. 여느 구전이 그렇듯 이건 '누가' '무엇을' '어떻게'와 같이 주인공과 줄거리로 구성된다. 혁신의 구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구전에 그 혁신이 무엇인지가 더 잘 드러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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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제프리 이멀트가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할 때쯤이다. 전설적인 잭 웰치 치세 아래에서 고속 성장을 했지만 시장은 점점 기울고 있었다. 이멀트는 '계약기반서비스'란 것에 사활을 건다. 자신이 만든 걸 파는 대신 유지·보수와 수리를 포함한 자산의 전체 운영 관리 서비스를 하겠다는 건 당시로선 모험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GE 제트엔진을 대여한 항공사는 유지·보수 비용, 인건비, 결항 항공편 모두 감소하고 정시 운행과 고객 만족도는 향상된다. 겨우 몇 해 지난 2005년에 CSA(Contractual Service Agreement)라 부르는 이것은 GE 수주 잔액의 75%를 차지하게 된다.

여기 15년을 건너뛴 다른 얘깃거리가 하나 있다. 허니웰(Honeywell)은 지금 포천 100 기업 가운데 하나다. 1885년 앨버트 부츠(Albert Butz)가 설립했다. 부츠는 용광로용 온도조절장치를 가정용으로 개량해서 부츠 열전기조절기 제조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1953년에 우리도 어디선가 한번 보았을 법한 T-86 원형 온도조절기를 출시한다.

이 역사가 말하듯 허니웰이 구글과 경쟁할 일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4년 1월 구글이 네스트라는 디지털 온도조절기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얘기는 반전을 맞는다. 앱으로 온도 설정부터 환기 및 공조 시스템은 물론 연료 구매까지 가능했다.

하니웰의 오랜 텃밭이 방 온도 조절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지금 시간대에 전기 수요가 높아져서 가격이 올라가고 있으니 앞으로 2시간 동안 에어컨을 꺼 두겠습니다”는 세상의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 기반 시장으로 바뀐다.

그러니 새 주인인 구글의 셈범은 아주 흥미로워진다. 네스트 온도조절기는 기존 제품보다 월등히 많이 팔리고, 예전 같으면 고객이 아니던 발전사에는 소비 패턴 데이터를 팔 수 있다. 심지어 이걸로 고객 할인도 할 수 있다.

일견 시대를 건너뛴, 비슷해 보이지 않는 두 사례가 혁신 원리는 통한다. 누군가는 GE와 네스트 공통의 성공원리를 디지털로 만든 유비쿼티라는 걸로 설명한다. 혹시라도 유비쿼티에 미치지 못한다면 동시성을 지향하는 혁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상 유비쿼터스가 한참 유행어가 된 건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첫 유행이 지난 후 한동안 우리 관심에선 멀어졌다. 하지만 정작 디지털 기술이란 도구가 우리 손에 잡혔을 때 세상에 편재하게 됐다. 디지털 유비쿼티. 이제는 어느 기업에도 쓸 만한 혁신 도구가 된 듯하다. 그러니 한번 곰곰이 따져 보면 싶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