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 양산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과 연합해서 첨단 반도체 연구 거점을 마련하기로 한 데 이어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 IMEC와도 손을 잡았다. 초미세공정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및 TSMC와 맞붙어 일본 반도체의 부활을 노린다.
일본 반도체 합작사 래피더스는 최근 벨기에 IMEC와 첨단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과 협업을 위한 협력각서(MOC)를 교환했다. 일본 정부와 벨기에 정부의 승인도 받았다. 래피더스는 토요타, 소니, 키옥시아, NTT, 덴소, NFC, 미쓰비시UFJ은행,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주요 대기업 8개사가 지난달 공동 출자해서 설립한 회사다. 슈퍼컴퓨터 등 고성능컴퓨팅(HPC)과 인공지능(AI)용 차세대 반도체를 일본이 직접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래피더스는 2025년에 2나노미터급 반도체, 2027년부터는 2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래피더스가 2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려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IMEC와 협력해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IMEC는 EUV 공정 R&D의 핵심 기술력을 확보한 기관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ASML과도 공동 연구 등 끈끈한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등이 IMEC에 연구원을 파견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 협력 관계를 지속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과 벨기에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점도 주목된다. 국가 협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래피더스는 앞으로 노광 공정 장비 도입을 위해 ASML과의 헙업도 공식화할 공산이 크다. 뤼크 판덴호버 IMEC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반도체 R&D 생태계와 협력을 강화하게 됐다”면서 “첨단 노광 공정 기술 등 핵심 공정과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협력, 래피더스가 2나노 반도체 칩 양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과 대만에 내준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자국내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만들 것이라고 5월 발표했다. 미국과 협업 체계도 구축했다. 연구개발(R&D)부터 양산까지 소화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래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 격이다. 2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일본 반도체 전략을 구현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6000억원의 국고를 지원할 방침이다.
래피더스가 2나노 이하 공정에 성공하면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을 위협하는 새 경쟁자로 급부상한다. 현재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TSMC도 4나노 양산에 이어 3나노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