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스포츠 산업계에 큰 타격이었다. 스포츠 산업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액 34%, 종사자 수 16%가 감소하는 등 긴 겨울을 보냈다.
다른 한편 코로나19는 스포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내 스포츠 시설에서 운동이 제한되자 사람들은 홈트레이닝을 시작했고 여기에 발 빠르게 대처한 스포츠 제품과 서비스가 디지털 전환의 기폭제가 됐다. 전통적인 스포츠용품 제조기업들이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생산 기업으로 빠르게 진화한 것이다.
◇나이키·아디다스·펠로톤 이야기
나이키는 스포츠 신발과 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해 2006년 나이키 플러스(Nike+)를 출시했다. '나이키 플러스 아이팟 스포츠 키트'를 신발에 결합해 키트의 센서가 사용자 활동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무선으로 아이팟에 보내는 혁신적 방식이었다. 2012년 나이키는 '나이키 플러스 퓨얼밴드'를 출시해 밴드에 내장된 센서가 착용자의 운동량, 칼로리 소모량과 운동 습관을 알려줌으로써 착용자의 운동 참여와 건강증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나이키 이후 2014년 애플워치가 출시됐고 이후 스마트워치는 급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독일 아디다스는 2015년 소프트웨어(SW) 기업 런타스틱을 인수하고 아디다스 제품과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헬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는 인공지능(AI) 로봇을 이용해 신발 생산공정을 자동화한 '스피드팩토리'를 독일 안스바흐에서 처음 가동한 데 이어 2017년 미국 애틀랜타에 두 번째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미국공장을 폐쇄하고 아시아공장에 새로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는 스포츠 제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디지털 서비스 개발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기업 중 하나가 미국의 펠로톤이다. 펠로톤은 미국의 실내용 고정식 자전거 제조기업으로 고정식 실내 자전거에 스크린을 부착해 스포츠 강사로부터 실시간으로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자전거 디지털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개발했다. 2017년 매출액 2500억원에서 2019년 1조원으로 성장했으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매출액이 2조원으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자전거 홈트레이닝 서비스 구독 매출이 4120억원이 돼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디지털 서비스 경제적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증대될 전망이다.
◇국내 포디리플레이 등 우수사례
국내 기업 역시 이러한 디지털 전환 흐름에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포디리플레이코리아는 영상의 주요 장면을 360도 회전으로 다시 보여주는 영상기술인 4D 리플레이를 개발해 중계 영상의 다시점 실감미디어 콘텐츠화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방송사와 스포츠팬들에게 스포츠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기업은 평창올림픽, MLB, NBA, LPGA, 도쿄올림픽 등 1200회 이상 자유 시점 특수 영상 장비와 서버 라이선스를 수출해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 산업 대상을 수상했다.
파이네트웍스는 세계 6만여개 골프 코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스마트워치 전용 골프 거리측정기 '골프나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유럽 CE, Rohs2, 미국 FCC, 일본 TELEC 등 국제 인증을 획득하고 2021년 스포츠산업대상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융·복합 인력 양성
디지털 기술과 스포츠산업 제품·서비스 융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이에 따른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스포츠 시장 전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지금이 글로벌 K-스포츠 기업을 육성할 기회다. 스포츠테크 기업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스포츠와 기술의 융·복합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양을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우선 스포츠산업 디지털 기술 연구개발(R&D)에 획기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스포츠 연구개발 규모는 연간 100억원 수준이고, 올해부터 첨단 스포츠용품 개발 지원을 위해 50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충분하지 않다. 나이키를 비롯한 글로벌 스포츠 기업은 이미 2010년 이전부터 전략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했다. 기술시장에서 10년은 후발주자가 따라잡기에는 벅찬 시간이다. 스포츠 분야 대규모 기술개발 지원이 시급하다. 새로운 스포츠용품과 서비스 창출 핵심 원천으로 주목받는 스포츠 데이터 분야를 중심으로 과감하게 투자할 계획이다.
둘째 민간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은 이미 민간 영역에서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중요한 건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국내 스포츠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 규모가 34% 축소됐다. 민간이 개발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공 스포츠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기술투자에 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재투자해 시장 지배적 기술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간 기술을 활용해 공공 체육시설 서비스를 우선 디지털 전환, 기업을 육성하고 공공 체육시설 서비스 품질향상과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스포츠산업 융복합인력 양성을 확대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2개 대학을 선정해 스포츠산업 융복합대학원을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내년에는 4개 대학을 추가로 지정해 산업현장에 필요한 융복합인력 양성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또 스포츠산업 실무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도 내실화한다.
스포츠 기업은 코로나19에도 좌절하지 않고 재도약을 위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기업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더 과감하고 규모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K-컬처에 이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K-스포츠 기업 등장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장과 긴밀히 협력하며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조용만 2차관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제30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예산처 재정기준과장민간투자제도과장,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과장·무역협정지원단장,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국내대책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뒤 한국조폐공사 사장,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맡았다. 올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