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연 단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개편하라는 노동전문가 권고를 받아들였다. 4차 산업혁명, 고령화 등 노동구조 대전환 시기를 맞아 근로시간 및 임금제도 개편 입법안을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정부 권고문에 대해 “전문가들 진단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대적인 노동시장 개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이날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를 우선 개혁 과제로 선정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초안을 제시했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기업 현장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의견을 모두 청취한 결과,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 최대 연장 12시간)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해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충분한 휴식을 누리도록 함으로써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자는 제안이다.
권 교수는 “산업현장에서 정보기술(IT) 종사자 등을 만나면 (교수가) 밤새워 논문을 쓰듯 집중해서 일하고 대신 다른 날 휴식하고자 한다”면서 “기업도 물량 대응 등 이유로 연장근로 수요가 있지만 업무 효율을 위한 개인의 필요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규모가 커지며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많아지고 있다. 계절적 수요가 있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와 B2B는 달라야 한다”면서 “계약에 의한 사업을 하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 납품을 하려면 연 단위 근로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 외에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 노사 선택 재량을 넓히자”라면서 “근로자가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전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하자”고 권고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는 중고령자를 계속 고용하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고용형태, 원·하청 기업 간 과도한 임금 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연공성을 완화하는 대신 직무·숙련 등을 반영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임금체계가 없거나, 설계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직무·숙련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 구축 지원 사업을 확충하자”면서 “조선업 상생협의체 등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 모델을 확산시켜 임금체계 개편 전략을 모색하자”고 주장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연구회 권고문 발표 직후 “권고문에 구체적으로 담겨있는 임금과 근로시간 제도는 빠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추가 과제도 조속히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