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벗은 손태승 회장, 연임 도전하나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연임 도전에 큰 걸림돌이 돼온 법적 리스크가 해소됐지만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중징계를 앞둔데다 다른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물러나는 분위기여서 연임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5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손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손 회장은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는 결과를 받아 최종 승소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과도한 영업과 부실한 내부통제가 DLF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손 회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시 손 회장 손을 들어준 하급심은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리를 오해한 피고가 허용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며 손 회장 승소를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금융사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최초로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향후 내부통제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DLF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는 과정은 여전히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은 게 남아있다. 손 회장이 연임하려면 해당 결정에 대해서도 징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당국의 문책경고 결정이 유지되면 손 회장은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최근 연임이 유력했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용퇴를 결정하거나 교체되는 분위기도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고객과 직원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고 후배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성과가 좋았던 손병환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며 변화를 꾀했다.

불안정한 금융환경에서 내실 성장과 안정을 꾀하려면 그룹 전반 비즈니스와 디지털혁신 이해도가 높고 완전 민영화를 이끈 손 회장이 연임하는게 효과적이라는 안팎의 평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연임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표한데다 남은 중징계, 타 금융지주의 변화가 손 회장 거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추후 변화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