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8월 반도체 산업에 366조원을 투자하기로 법을 만들자 중국은 187조원 이상을 자국 반도체 산업에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중국이 1조위안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가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건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맞서기 위해서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의 숨통을 조이자 보조금을 풀어 '자립'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장비 구매 금액의 20%를 보조금으로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반도체를 '안보자산'으로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한국 반도체도 걱정이 커진다. 경쟁자의 추격 외 미·중 사이에서 점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중국 시장을 겨냥, 현지에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은 중국 내에 장비 자체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1년 유예를 받았지만 말 그대로 시간만 미뤄졌을 뿐이다.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를 끌어들이며 대중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 간 공조가 절실하다. 정보 수집과 분석, 외교 활동을 통해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철저한 대응 시나리오도 필수다. 불가피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무엇보다 실리가 큰 쪽을 택해야 할 것이다. 미-중 갈등도 궁극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다툼이다. 우리도 국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