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3년을 보름 앞두고 국민패널 100명을 초대해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개최한 것은 국정과제 이행을 본격화해 집권 2년차 안정을 꾀하고자 하는 윤석열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7개월간 정치적 불안을 나타내며 국정성과보단 잦은 구설에 몸살을 앓아 왔다.
◇국정동력 확보
윤 대통령은 160분간 전체 생중계된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5월 출범해 7개월간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만, 지금 이시점에 국민과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또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짚어봐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여소야대 국회 상황, 국무위원 인사 난항, 여당 내 잡음, 역대 최초 도입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 한미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일정 등에서 갖은 구설로 공격을 받아왔다.
120대 국정과제를 확정하고 난 뒤에도 이러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국정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남에도 국민이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는 불안정했다. 정부 출범 후 다양한 성과가 있었음에도 정치적 사안에 눌려 부각되지 않은 점이 많다는 대통령실 내 의견도 많았다.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대응을 계기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강한 추진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국정과제 점검회의는 윤 대통령 취임 첫해가 가기 전에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구체화해 내년 국정에 반영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국정성과와 청사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성과는 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개월간 윤석열 정부의 핵심가치와 국정목표 실현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며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 △청와대 전면 개방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 △부동산 세금부담 완화 △규제개선 및 세제개편을 통한 혁신성장 도모 △기준 중위소득 역대 최대 인상 △미일중 3강 외교 복원 △한미동맹 강화 등을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하는 5년 후 대한민국 청사진도 밝혔다. 한 총리는 “국가 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중반 이하로 유지하고 국가경쟁력을 20위로 향상하는 등 재정이 튼튼한 일 잘하는 정부를 실현하겠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부 신뢰도를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고 국가 청렴도 지수도 20위권을 달성하는 등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 이내로 진입하고 1인당 GDP는 4만달러를 달성하는 등 지속해서 성장하는 선진 경제를 실현하겠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고 미래전략사업의 초격차를 확보해 수출 5대 강국으로 도약하고 반도체 글로벌 점유율 25%를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를 위해선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생계급여 지원대상 기준 중위소득 35%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분야별 로드맵
이날 회의는 3개 주제에 대한 장관 보고와 국민패널 질문, 대통령과 장관의 답변으로 이뤄졌다. 경제와 지방, 개혁이다.
경제 부문에선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무역적자 지속과 수출 감소 추세, 고물가, 금리상승 등으로 인한 대내외 어려움이 내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 부총리는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수출과 투자를 촉진하는 동시에 물가를 안정화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부문에선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우 위원장은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앞당기려면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공공기관 이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구 지정, 질 좋은 교육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각종 규제 정책이나, 세금 감면뿐만 아니라 조직·인력 운영까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크게 부족하다. 파격적인 권한 이양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개혁 부문에선 노동·교육·연금 등 윤석열 정부 3대 개혁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조동철 KDI 원장은 “파산이 예정된 연금제도나 경직된 노동시장, 획일적 교육과정을 그대로 두는 것은 기성세대가 후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개혁 과제의 강한 드라이브를 주문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 불문 불법행위 엄정 대응, 성과에 따른 공정한 임금 체계 확립 등의 노동개혁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개혁 로드맵을 발표했다. 기초학력 확립·디지털 인공지능(AI) 활용·교원양성 혁신 등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3년 10월까지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세대 간 공정성 확보 및 노후 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