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수칙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실내마스크 의무 완화 논의가 시작됐다. 대전·충남 등 지방자치단체가 새해 1월부터 독자적으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나서고 정치권에서도 가세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오는 23일 조정 기준을 발표하기로 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나 자율 착용으로 바꾸고,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대중교통과 의료·복지 시설 등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실내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될 공산이 높다.
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을 보면 아쉬움이 생긴다. 애초 정부는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시기를 겨울철 재유행이 지나는 내년 3월 이후로 밝힌 바 있다. 지자체장들이 내년 1월을 디데이로 언급하면서 시점이 앞당기게 됐다. 지자체가 먼저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나서고 정치권에서도 가세하자 방역당국이 뒤따라 가는 모습이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방역 정책에 혼선이 생기고, 단일 방역 기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준비가 됐다는 입장과 시기상조라는 찬반양론이 있다. 국민 의견도 반반으로 갈린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55%가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실내마스크 전면 해제 반대(59%) 목소리가 찬성(39%)보다 높았다.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7차 유행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데다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도 가장 크게 유행하고 있어 의료 현장의 부담이 큰 시기다. 새 변이 BN.1의 비율이 높아지고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 조성되는 겨울철에 실내마스크 해제 논의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
코로나19 엔데믹화와 일상 대응 체계 전환 논의가 필요한 것은 맞다. 장기적으로 실내마스크 착용을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방향성에도 동의한다. 설령 지금 당장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다 해도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의 코로나19 대응 역량이 커졌고, 자발적으로 점진적인 조정 기간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다만 국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마스크 착용 효과와 상징성을 감안하면 논의 과정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방역당국이 주도해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을 정치와 여론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예상보다 논의에 가속도가 붙었지만 마스크 의무 완화 이후 환자 증가에 대비해 현장에서의 의료 대응 체계는 제대로 준비가 되었는지 충분한 점검이 필요하다.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방역 당국의 결정을 기대한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