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최고급 식재료로 꼽히는 송로버섯(트러플)이 100g 당 백만원이 넘는 가격을 기록하면서 수확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쟁자의 탐지견을 독살하는 일까지 횡행하고 있어 골칫거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는 화이트 트러플이 나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 알바에서 ‘트러플 사냥꾼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에몬테 등 유럽 중부에서 자생하는 화이트 트러플은 블랙 트러플에 비해 수확량이 적고 채취 뒤에 단 며칠만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희귀한 식재료로 꼽힌다.
화이트 트러플은 흙 냄새와 함께 특유의 톡 쏘는 향으로 일반 트러플보다 수요가 높다. 그러나 반대로 자생지의 기후가 보다 따뜻해지고 건조해짐에 따라 수확량이 최저치를 기록해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올해 가을 알바에서 열린 트러플 박람회에서 화이트 트러플은 100g당 800달러(약 104만원)에 판매됐을 정도로 값비싸다.
이에 따라 트러플 채취업자, 이른바 ‘트러플 사냥꾼’들은 숲 곳곳에 숨겨진 트러플을 보다 수월하게 찾기 위해 탐지견(사냥개)을 동원하는 등 채취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탐지견들은 태어나자마자 트러플을 찾는 훈련을 받는다. 어미 개의 젖꼭지에 트러플 오일을 발라 강아지가 젖을 먹을 때마다 트러플 향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트러플을 잘 찾는 워터 도그, 스패니얼 등 견종의 몸값 또한 치솟았다. 일부는 1000달러(약 13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더욱이 훈련이 잘된 성견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조차 없다.
또, 일부 사냥꾼들은 채취하는 장소를 들키지 않도록 몇 마일은 족히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발자국이 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동한다고 전했다. 늦은 밤 횃불을 켜지 않고 은밀하게 이동하며 트러플을 채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극렬한 경쟁 속에 일부 사냥꾼들이 '경쟁자'들의 사냥개들을 독살할 목적으로 개 간식에 살충제와 같은 독극물을 타 숲에 뿌리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피에몬트 지방에서 십대 시절부터 트러플을 채취해 온 사베리오 돌리아니(57)는 자신이 키우는 3살배기 개 플로키가 트러플 사냥을 나갔다가 올해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돌리아니는 플로키가 달팽이 퇴치용 살충제를 넣은 미트볼을 먹었다면서 "이 모든 것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플로키가 독이 든 먹이를 먹지 못하도록 입마개를 씌우고 있지만, 이로 인해 트러플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의 한 수의사는 1년에 8~10마리의 트러플 탐지견이 독극물을 먹고 병원에 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팽이약, 쥐약 자체는 합법이고, 매우 흔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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