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주요 협회·단체가 조달청에 상용SW에도 차등점수제 적용, 제안요청서(RFP)에 원격개발 명시, 상용SW의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 등록 추진을 건의했다. 이종욱 조달청장은 제도가 있음에도 적용되지 않는 부분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적용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한국SW·ICT총연합회, 한국상용SW협회, 한국IT서비스협회, 한국SW저작권협회, 한국PMO협회, 한국SW융합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등 주요 SW·ICT 협회·단체는 '조달청장과 SW·ICT 업계 간담회'에서 SW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설명하고 개선을 요청했다.
우선 차등점수제 도입이 바람직하지만 실제 운영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등점수제는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추진되는 공공SW 사업에서 기술점수 순위에 따라 차등점수를 매겨서 가격 후려치기를 막는 제도다. 지난 2020년 말에 시행됐지만 적용 여부는 발주처가 결정하기 때문에 확산이 더디다는 설명이다.
SW 협회·단체는 시스템통합(SI)이 아닌 상용SW 도입 사업에서도 차등점수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분리발주가 되는 사업은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입찰하한가 80%가 존재하기 때문에 차등점수제로 제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격개발 활성화를 위해 RFP에 의무적으로 명시하고 권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격개발은 개발 효율 향상과 비용절감,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개발자 업무환경 개선, 개발자 이탈 방지 등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에 발표한 '2021년도 공공SW사업 5대 중점분야 점검 결과'에 따르면 공공SW사업 원격지개발 실시율은 22.1%에 불과하다. 발주처 인식, 보안, 지역 균형 발전 등 요인으로 원격개발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SW 협회·단체는 조달 쇼핑몰에 등록된 상용SW도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등록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굿소프트웨어(GS)나 국제공용평가기준(CC) 인증을 받은 상용SW가 이미 클라우드 기준을 만족하고 있어 구매·사용된다면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없이도 등록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분리발주 제외 사유를 적용하는 품목의 비율이 100분의 50 미만인 경우 서류검토' 조항 삭제, RFP에 '인력/일 이상' 요구 금지(명확한 인원 지정), 상용SW 유지관리 사업 분리발주 및 수의계약 등을 요구했다. 이종욱 조달청장은 “제안된 다양한 의견을 풀기 어려운 제도적인 부분은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풍연 한국SW·ICT총협회 회장은 “우수조달, GS, CC 등 인증을 획득한 1만개 상용SW 제품과 기업이 디지털전환과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고급일자리 창출, 다양한 산업을 견인하는 신성장 동력의 기반이 됐다”면서 “그러나 공공 SW사업 예산 가운데 상용SW 예산은 10%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분리발주 강화, 기술평가 중심의 제 가격 정책이 실현되면 글로벌 디지털초월제품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