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인간 직업과 존재가치 근본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생명과학·유전공학·의학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120세 시대는 물론 불멸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인간 수명과 삶 근본에 대한 전환과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조금씩 느껴 오던 기후 위기는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환경 폭탄에 가까운 지구적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패러다임 변화이고, 복수의 패러다임 변화가 한꺼번에 엉켜서 몰아닥치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패러다임 변화 또는 메가트렌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기술·인간·환경 변화다. 기술 변화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으로도 불리는 AI혁명이고, 인간 변화의 핵심은 고령화를 포함한 인구구조 변화와 장수혁명이다. 환경 변화의 핵심은 주지하다시피 기후 위기다. AI혁명, 장수혁명, 기후 위기의 세 가지 변화는 21세기 내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바꾸게 될 메가톤급 변화다.
메가트렌드가 만들어 갈 미래사회의 모습을 간략히 그려 보자. 먼저 AI혁명이다. 하늘에서는 드론, 땅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경제사회 활동을 돕고 모든 산업 및 모든 사회 분야에 걸쳐 무인화와 지능화가 일반화된다. 로봇은 인간과 공존하면서 직장 동료, 가족 일원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확산으로 AI를 활용한 실시간 상황 인지와 모니터링, 지능형 분석 진단과 시뮬레이션, 예측과 제어, 최적화 등이 좀 더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사람이 하던 대부분의 일은 로봇과 AI로 대체되고, 인간의 일과 활동의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다음은 인구구조 변화와 장수혁명이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고령층 인구가 급증한다. 1960년에 90만명에 불과하던 65세 이상 인구가 2050년에는 1900만명을 넘어선다. 인구구조 변화도 놀랍지만 개인의 수명 변화는 더욱 놀랍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1920년 32세에서 1960년 55세, 2020년 83세로 각각 늘었다. 지난 100년 동안 평균수명이 32세에서 83세로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났고, 멀지 않아 평균수명 100세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개인 삶의 근본 변화, 사회시스템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기후 위기다.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고 있고, 홍수·가뭄·산불 등 자연재해 발생 빈도와 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인류의 안전과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는 인간 건강에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부각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발생과 증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한 생존 및 공존과 성장 및 번영을 위해서는 기후와 환경, 에너지와 생태계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 온실가스 배출에서 탄소중립사회, 선형경제에서 순환 경제, 청정에너지와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혁명·장수혁명 및 기후 위기 소용돌이 속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저성장의 고착화,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사회 갈등과 대립 심화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공산이 높다. 한마디로 사회적 난제로서의 메가트렌드 홍수다. 그 외에도 재택근무와 영상회의를 포함한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 일과 삶의 조화, 1인 가구 증가와 개인화 심화, 자아산업과 꿈산업 및 행복산업 확산 등도 21세기 새로운 메가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가트렌드는 인류가 기존에 경험해 온 변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이고, 기존에 대응하던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변화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기존 연장선에서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관점과 프레임 전환 및 경제사회 시스템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혀 새로운 변화에 맞서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전환기적 시점이다.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과 전략이 요구될까.
첫째 중장기 미래상과 중장기 관점 정립이 우선 필요하다. 변화 속도가 빠르고 급격할수록 변화의 소용돌이에 둘러싸여서 멀리 보기가 어려워지고, 멀리 보기가 어려워지면 방향성을 띠기도 어렵게 된다. 또 변화가 크고 빠를수록 불안감과 저항감도 커지기 때문에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먼저 메가트렌드에 대응한 중장기 미래상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떤 AI 시대를 원하는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저출생·고령화시대와 장수혁명 시대의 모습은? 기후위기와 환경파괴의 위험 속에서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야 할 지구환경과 생태계의 모습은? 이런 미래상을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 정권 변동과 관계없이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전 국민이 공감하면서 지향하는 국가미래상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원점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 온 대부분의 미래 전략은 과거 연장선에서 도출된 연장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AI 기술 확산, 인구구조 전환과 장수혁명, 기후 위기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 앞에서 과거 연장선에서의 미래전략 수립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문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전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원점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사회시스템 자체의 전환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시도해 온 혁신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을 인정한 상태에서 일부를 보완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메가트렌드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의 혁신만으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사회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전환, 전혀 다른 시스템의 고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21세기의 새로운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근본적이고 전환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패러다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삶과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futuring@nafi.re.kr)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대 사회공학연구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22년 동안 근무하면서 국가정보화기획단장, 빅데이터센터장과 부원장을 역임했다.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과 한국국토정보공사 공간정보연구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국회 소속 연구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의 원장직을 맡고 있다. 디지털과 미래사회를 연구하고 미래 디자이너, 사회 디자이너로서 AI와 고령화 시대의 21세기형 미래준비 및 미래전략에 초점을 맞춘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