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산업 맞춤형 법인세 과세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다른 경쟁국은 파격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만 손 놓고 있다가는 경쟁력이 뒤처지고,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1일 송년간담회에서 '전략산업 맞춤형 법인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 회장은 “법인세를 그냥 무차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과연 (기업에) 좋은 것인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획일적인 과세체계가 적합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산업 맞춤형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법인세 인하는 결국 기업에 세금을 조금 덜 받고 지원하겠다는 취지인데 법인세를 깎아 줘도 투자나 고용 등 경제회복 효과가 일지 않는 분야도 분명히 있다”면서 “따라서 우리나라가 어떤 산업을 키울 것인지, 어떻게 경제발전과 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지를 판단해서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면서 과거처럼 국제무역기구(WTO) 체계가 유지된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이제는 우리 나름대로의 산업·경제 전략을 수립해 전략적으로 키워야 하는 것에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세계 각 국이 입장에 따라 '헤어질 결심'을 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쪼개지고 줄어드는 글로벌 주요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 제정, 이어지는 EU·일본·중국 등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기존 글로벌 시장이 100이었다고 보면 최근 보호무역주의와 전쟁 등 현상에 따라 시장이 90, 70으로 줄어드는 상황인데 이를 다른 곳에서 만회해서 11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별로 이익이 안 남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아프리카나 남미 시장 등은 거의 논의에서 배제하는 형태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만 바라봐도 되는 그런 따뜻한 형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한국 기업은 일련의 국제 동향에 충분히 대처하고 변화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 갈 역량이 충분하다”면서 “다만 남보다 더 빨리 변화해야 안정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고, 속도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 이를 내부(정치·정책 부문)에서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30 부산국제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쟁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지만 엑스포의 지향점이 미래라면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30 부산엑스포는 우리나라가 선진화하고 문화 등 모든 것이 달라지는 척도가 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미래 세대에게 무엇인가를 던진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자원과 투자로 접근하는 사우디보다 기업·기술·관계로 다가가는 우리나라가 휠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밖에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고용형태 실험,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회피로 인한 기업 피해, 산업 협력 시너지 측면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 반도체 시장 불황은 사이클이 있으니 1년만 견디면 된다 등을 언급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