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미국 중부와 남부, 동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이 덮쳐 초비상이 걸렸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NPR 등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크리스마스 주말에 덮친 ‘폭탄 사이클론’으로 인해 몇 십년만의 ‘최악 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폭탄 사이클론’은 북극의 찬 기류와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만나면서 순식간에 기압이 크게 떨어지면 발생하는 저기압성 폭풍이다. 차가운 강풍과 폭설을 동반해 눈보라를 일으킨다.
1억 명 이상이 대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혹한, 폭설, 강풍, 홍수가 곳곳에서 벌어져 비행편이 무더기 취소되고 철도와 도로 교통도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몬태나주의 일부 산악 지방은 이날 기온이 최저 영하 46도로 급강하하고,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는 북서부에 영하 53도를 찍는 지역도 나왔다.
덴버는 이날 오전 32년 만의 최저 기온인 영하 31도를 찍었고, 시카고는 이날 밤 영하 21도로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은 체감기온이 영하 38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기상당국은 밝혔다.
엄청난 폭설도 미국 곳곳을 덮친다. 시카고에서는 최대 18cm의 눈이,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에는 최대 91cm의 기록적인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뉴욕시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있지만, 23일 밤 영하 9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에서는 지난해 2월 발생한 사이클론으로 전력망이 끊기면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서도 미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이들이 줄을 서 있는 상태라 자칫하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이오와주의 온도인 영하 38도는 단 5분만에 동상에 걸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혹한 대비를 촉구하며, 여행 계획 재고를 권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것은 아이들이 기다리는 ‘스노우 데이’(폭설로 학교가 쉬는 날) 같은 게 아니다. 심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하루에만 미 전역에서 국제선과 국내선을 합쳐 2천2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23일에도 1800여 편이 이미 결항했다.
시카고와 덴버의 공항들에서 가장 많은 항공편이 멈춰 섰고,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이미 며칠째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암트랙은 중서부를 중심으로 20개 이상 노선의 열차 운행을 중단했고,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경찰 등이 고속도로에 출동해 차량 운행을 돕고 있다.
한편, 한국 역시 강한 한파가 닥쳐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나라 북동쪽에 자리한 저기압성 소용돌이와 몽골 쪽 기압마루 사이로 아주 차가운 공기가 중국 중북부지방으로 쏟아져 내려와 이 지역 지상에 대륙고기압을 발달시켰다. 이 대륙고기압에서 아주 찬 북서풍이 세차게 불었다. 이 영향은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영향을 끼치겠다.
23일 중부지방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 내외로 떨어졌으며, 충청과 호남, 제주엔 눈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6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았다. 체감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떨어졌다.
인천(최저기온 영하 12.7도)과 경기 동두천시(영하 15.9도)·수원시(영하 13.6도)·파주시(영하 14.8도)·이천시(영하 13.3도) 등에서도 올겨울 가장 낮은 기온이 기록됐다.
강원내륙·산지는 아침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설악산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6.3도이고 체감온도는 제일 낮을 때 영하 39.4도를 기록했다.
남부지방도 부산 최저기온이 영하 5.9도에 그치는 등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내외에 그치며 매우 추웠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