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의 조사 거부로 노동계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제재했다. 이번 결정으로 공정위와 노동계 간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28일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건설 현장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레미콘 운송 등을 중단하겠다며 건설사를 압박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재발 방지 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인 건설기계 대여업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을 사업자단체로 판단했다. 부산건설기계지부는 조합원들이 실질적으로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이며 지부가 속한 건설노조는 적법한 노조이므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대여업자들이 '자신의 계산 아래 자신의 이름으로 건설사와 건설기계·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라고 봤다. 특고 지위는 인정되지만 사업자 지위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건설노조원의 사업자 지위 인정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특고를 일률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거래관계, 경제적 종속성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레미콘 차주 겸 운송기사에 대해서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거쳐 건설노조 지회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심사관 전결을 통해 경고 조치를 부과한 적만 있다.
이태휘 공정위 부산지방사무소장은 “건설기계대여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건설기계 대여 시장에서 위법행위 근절을 위해 관계부처와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대한 사업자 여부 판단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여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도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기 때문이다.
양 측은 공정위의 화물연대에 대한 현장조사 시도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달 초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공정거래법상 위반 혐의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으나 화물연대 측의 거부로 현장 진입에 실패했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현장조사 거부에 대한 브리핑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있다며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했다. 공정위도 화물연대의 조사 거부 방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조만간 소회의를 열어 고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등은 이에 반발하며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위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 활동 이후 공정위가 신고를 받아 조사한 것으로 화물연대 운송거부와 무관하게 제재가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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