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3나노미터 공정으로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3나노 생산에 돌입한지 반년만이다. 안정적 수율로 앞세워 대형 고객사를 보다 많이 유치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TSMC는 29일 대만 현지에서 기념식을 열고 3나노 공정 양산을 공식화했다. TSMC 3나노 공정은 기존 5나노 대비 속도는 10~15%, 전력 효율성은 25~30%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3나노 공정은 현재 주류인 핀펫 구조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3나노 공정에 채택한 것과 대비된다. 기술 경험과 양산 노하우를 축적한 핀펫을 유지, 안정적 양산에 보다 무게를 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는 3나노 공정을 지속 고도화한 후 GAA 구조는 2나노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TSMC가 3나노를 공정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서 첨단 공정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3분기 기준 TSMC 5·7나노 공정 매출 비중은 54%다. 대부분 첨단 공정에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4나노에 이어 3나노까지 추가하면 첨단 공정 비중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3나노 공정은 5년 이내 1조5000억달러 규모 반도체 칩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TSMC가 3나노 공정에 가세하면서 삼성전자는 치열한 수준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보다 높은 수율로 생산성을 극대화한 파운드리가 3나노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업계 처음으로 GAA 구조를 채택, 수율 관리가 까다로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3나노 GAA가 선례가 없었던 만큼 초기 수율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양산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려면 수율 개선에 사활을 걸어야한다”고 밝혔다. TSMC는 첫 고객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3나노 공정을 활용, 반도체 칩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고객사인 글로벌 반도체 팹리스 기업 움직임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다 개선버전(1세대 플러스)을 TSMC로 옮긴 퀄컴의 행보가 주목된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 2세대 역시 TSMC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뼈 아픈 대목이다. 그러나 퀄컴은 다수 업체에서 칩을 생산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고수, 조건만 맞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TSMC 파운드리 점유율은 56.1%로 1위다. 삼성전자가 15.5%로 뒤를 이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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