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감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초저출산이 시작된 것은 2001년부터다. 초저출산은 당연하게도 19년이 지나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위기로 현실화됐다. 고령화까지 더해 일할 사람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난다는 우려는 어김없이 현실로 나타났다. 출산율 감소는 막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일어났던 초저출산에 의한 후과에 대한 대비도 역부족이었다. 인구 감소를 넘어 '인재 절벽' 문제가 지역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시점이 되니, “지난 20년동안 뭐했나”라는 지적과 반성이 나오는 이유다.
◇단편적인 개선, 불균형은 심화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2001년 제 1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을 내놓고 2006년 2차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에서는 20개 부처·청이 협력해 수립하기도 했다. 다만 영재 교육부터 여성 인적 자원 활용 제고, 공직 인적 자원 전문성 제고 등 분야별 지원을 위주로 다룬 계획으로서 복합적인 문제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20여년동안 저출산 대책과 함께 인재 양성·관리 시스템 개선에 대한 문제제기와 논의도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그닥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인구 감소 속에서도 '최후의 보루'와 같은 미래 인재의 지위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던 탓도 크다.
초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일부 대학의 정원 미달이나 기업단위의 구인난을 넘어선 복합적인 문제를 가져왔다. 그나마 적은 인력 마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로 인해 인구감소에 대한 체감도는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수도권 집중에 의한 교육격차 심화는 지역 인재 소멸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인구 감소를 넘어 인재 절벽에 대한 아우성까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지경이 됐다.
정부는 최근 인구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이민청'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무부는 최근 이민청 설립 준비조직인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을 꾸리며 이민청 신설의 첫발을 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빈 숫자를 채우는 방식의 이민은 사회 갈등만 낳을 수 있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이민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를 이끌 인재 양성과 관리, 이를 넘어선 사회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서는 대학 정원 관련 정책이 주로 추진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구조개혁 평가를 하고 등급별로 정원을 감축하는 안을 추진했다. 평가에 의한 일률적 정원 감축 추진은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대학들의 감축으로 이어졌다. 결국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화하고 '벚꽃 피는 순서부터 망한다'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기업 지역 이전과 함께 지역인재 의무 채용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지방대 살리기에 나섰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공기관 내에 몇 안되는 지역 대학별 파벌이 형성되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부처별로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한 곳을 지원하면 다른 부작용을 낳는 문제가 이어졌다. 중복지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에서도 4대 요건 중 교원 충원률만 충족하면 증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자 지방대의 반발이 뒤따랐다. '제로섬' 사회에서 반도체 분야 수도권 대학을 증원하면 결국 지방대의 결원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고등교육 특별회계 상당 부분을 지방대에 할애하면서 겨우 반발을 잠재웠다.
◇교육부터 산업 체계, 도시 계획 등 사회 전반 혁신 필요
인재 절벽은 인구 절벽에 더해 수요 공급 미스매치, 수도권·비수도권 불균형이 맞물리면서 심화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고 이민 등을 통해 인구 자체를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이미 비틀어진 현 체제에서는 과거처럼 풍부한 인재풀을 갖추기 어려운 상태다. 인재난에 대한 해법으로 인구 증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사회 전반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충청권 바이오산업 경쟁력 제고와 자생력 강화를 위한 대전-충북 간 초광역 클러스터 육성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뿐만 아니라 카이스트, 충남대 등 대학이 집적해 있는 대덕 연구단지와 식약처 등 국책기관이 모여있는 충북 오송 생명과학단지, 정부 부처가 밀집한 세종시를 연결해 산업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 골자다. 연구단지는 포진해있지만 공장을 지을 부지가 부족한 대전과 산업단지 여력까지 갖춘 오송의 조건으로는 더할 나위없이 좋지만 결국 인재 영입이나 산업 연계 측면에서 물음표를 남겼다. 인재영입을 위해서는 정주여건과 교육 인프라 등이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에 연구소나 생산시설을 운영했던 대기업들이 인력난으로 수도권 행을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인재절벽을 키우는 요소다. 비수도권에서 창업한 한 CEO는 “기업이 인재를 데려와 성장해야 또 다른 인재를 양성해 낼 수 있는데 이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면서 “지방에서 기둥 역할을 했던 대기업들도 인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역시 단편적 정책이 아닌 사회 전반을 혁신하는 종합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방 대학 지원 정책은 과거와 달리 지자체, 지역 산업계와 협업해 지역 인재를 키워내는 지원 정책 위주로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역혁신체계(RIS) 사업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아예 지방대 지원 축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중심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도시를 개발하고 기반 시설을 구축할 때에도 인구 산정 기준을 거주 인구뿐만 아니라 통학·통근과 같은 생활인구 개념까지 도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