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제조기업 51%, "올해 공급망 상황 작년과 비슷...긴축경영"

이차전지(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 등 이른바 'BBC' 산업군 기업 2곳 중 1곳이 올해 공급망 상황을 피해가 심했던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속되는 공급망 이슈에 긴축 경영 돌입, 투자 감소를 계획한 기업도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제조기업 공급망 체감도 조사' 결과를 4일 밝혔다.

이차전지·바이오·반도체 제조사 작년 대비 새해 공급망 상황 예상 (자료 대한상의)
이차전지·바이오·반도체 제조사 작년 대비 새해 공급망 상황 예상 (자료 대한상의)

작년 대비 올해 공급망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기업이 '작년과 비슷할 것'(51.7%)으로 답했다.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27.3%, 악화될 것이란 답변은 21%였다.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한 비율은 바이오가 60.2%로 가장 높았고 이차전지(56%), 반도체(43%)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엔데믹 전환 등 긍정 요소로 공급망 상황 호전을 예상한 기업 비율이 악화 전망보다 높게 나타났다”면서도 “공급망 피해가 심했던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공급망 이슈로 피해를 겪은 기업은 10곳 중 6곳(62.3%)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공급망 불확실성에 따른 재고관리, 원료 조달 차질에 따른 생산, 물류 차질에 따른 판매·수출 영역에서 애로 사항을 겪었다.

공급망 위협요인별 경영 영향 평가 (자료 대한상의)
공급망 위협요인별 경영 영향 평가 (자료 대한상의)

기업은 가장 우려하는 공급망 위협 요인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꼽았다. '공급망 위협요인별 영향 정도' 평가 결과 '러·우 전쟁 장기화'가 5점 만점에 3.9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중 패권경쟁 등 자국우선주의 심화'(3.8점),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3.7점)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공급망 이슈 관련해 조달·판매처 다각화, 기술·경쟁력 강화,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지속적인 공급망 불안으로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기업 경영활동은 작년에 비해 위축될 전망이다. 응답 기업 51%가 '소극적 긴축경영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투자 계획을 전년 대비 줄일 것이라는 응답도 62.7%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68.8%), 제약바이오(67%), 이차전지(48.8%)순으로 투자 감소 답변이 많았다. 수출 전망 역시 작년 대비 감소를 예상한 기업 비중이 57.3%였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새해에도 공급망 분절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기업의 극복 노력도 진화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분이 생길 텐데,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