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그룹의 소재부품 국산화 도전이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넘어 우주항공산업까지 확대됐다. 자회사인 덕산넵코어스를 앞세워 외산에 의존했던 통합위성·관성항법장치(EGI) 자립화에 뛰어들었다.
덕산넵코어스는 4일 국방부 방위사업청 '무기 체계 부품 국산화 개발지원사업' 최종 개발 주관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개발 기간 3년에 총 예산 53억4000만원 규모로 국산소형무장헬기(LAH)에 탑재되는 EGI를 국산화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부터 EGI 개발을 시작, 2025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기존 해외 의존도 100% 가까웠던 방위산업 부품을 국산화하는 사례라 이목이 집중된다. EGI는 기술 난도가 높아 글로벌 항공우주 첨단 기술 기업만 독점했던 시장이다. 덕산넵코어스가 뛰어든 건 국내 업체 중 처음이다. 지금까지 EGI는 미국 하니웰, 노스룹그루만, 프랑스 샤프란 등이 독점하고 있다.
EGI는 무장헬기 회전·고정익 등을 제어하기 위해 위성과 통신하는 핵심 항법 장치다. 덕산넵코어스는 해당 분야에서 26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제품 국산화에 녹여낼 계획이다. 덕산은 항공 분야 4소자배열 안테나, 항재밍처리장치, EG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덕산넵코어스는 누리호 위성항법수신기를 개발하는 등 우주항공 산업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덕산넵코어스가 EGI 국산화에 뛰어들면서 덕사 그룹의 소재부품 '국산화' 성과는 한층 부각될 전망이다.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이 회사를 설립한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 국산화에 이어 우주항공 분야까지 저변을 넓힌 사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1999년 덕산하이메탈 설립 이후 소재부품 산업이 국가를 세운다는 '산업 입국(産業 立國)' 정신을 이어왔다. 덕산은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인 솔더볼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덕산넵코어스 관계자는 “소형무장헬기용 EGI 개발이 완료되면 군 전력의 첨단·정예화는 물론 우주항공 분야에서 연구개발(R&D) 역량도 발전할 것”이라며 “향후 수출 가능성은 물론 항공 분야에서의 국가 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덕산넵코어스는 2021년 덕산그룹 반도체 소재 전문회사 덕산하이메탈이 인수한 기업이다. 우주항공용 고정밀 EGI 부품과 위치 보정을 위한 알고리즘 개발, 항재밍 등 분야에서 기술력을 자랑한다. 전체 임직원 40%가 R&D 인력으로 포진해 있을 만큼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