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빅테크·핀테크 기업 대상으로 대출중개 수수료 현황을 전수조사하는데 나섰다. 최근 저축은행 업권에서 대출중개 플랫폼 수수료가 높게 책정됐다는 불만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오는 5월 정부 주도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을 앞두고 업계 갈등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대출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입점 금융사에 부과하는 수수료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각각 현황 파악에 나섰으며 제출 시한은 다음주까지다.
작년 말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는 업황 악화 여파로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출중개 플랫폼을 이용한 대출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일부 금융사가 빅테크 대출중개 플랫폼 등에서 대출을 받지 않았다.
제2금융권은 빅테크 대출중개 플랫폼 수수료가 높게 책정됐고 1금융권과 수수료 격차가 크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빅테크 대출중개 플랫폼 불참을 선언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 법정 최고금리 인하, 대출총량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진데다 대출총량 규제까지 겹쳐 수익 확보가 제한됐다. 캐피털사는 채권으로, 저축은행은 예·적금 등 수신으로 각각 자금조달을 하고 있다.
현재 플랫폼에서 부과하는 대출중개 수수료율은 저축은행 1.7∼1.8%, 시중은행 0.4∼0.5% 안팎이다. 저축은행에는 고정적으로 수수료율이 적용되지만 시중은행은 각 플랫폼과의 제휴 관계에 따라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는 수준까지 낮아지기도 하는 등 은행별 적용 수수료가 다르게 책정돼 있다.
한 빅테크 기업 관계자는 “제2금융권은 2019년 첫 대출중개 서비스 계약 당시 책정한 수수료가 적용됐고 이후 플랫폼을 이용한 대출이 활성화되면서 이들 실적도 역대급으로 성장했다”며 “금리인상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수수료 인하 수혜가 개인 차주에게 돌아가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은 제2금융권 대비 고객 유입 규모가 크고 대출액도 더 크다”며 “대출중개 외에 여러 사업 제휴 관계에 따라 중개 수수료율을 할인해주는 사업 전략이 반영된 만큼 제2금융권과 중개 수수료율을 차등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은 크게 반발하며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으로 향후 대응을 예고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업계와 빅테크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중앙회가 직접 중개 플랫폼 입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 기업간 갈등이 대환대출 사업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대환대출 시행을 앞두고 업권간 수수료율을 계속 협의하고 있는데 이번 대출중개 수수료율 갈등이 대환대출 사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2금융권 "시중은행과 격차 크다"
-
박윤호 기자기사 더보기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