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남중국해에서 미군 정찰기와 중국군 전투기가 아찔한 ‘6m 거리 근접 비행’을 펼친 가운데, 양측 모두 영상을 공개하며 대립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군에 이어 중국군은 역시 미군 정찰기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양측이 공개한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중국 전투기가 잘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때문에 미군 정찰기가 '회피 기동'을 했다는 설명도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29일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남중국해 공해 상공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J-11 전투기가 일상적인 작전 중인 미 공군 RC-135 정찰기 기수(機首) 앞 및 20피트(약 6m) 이내 거리에서 안전하지 않은 비행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미군 정찰기가 충돌을 피하기 위한 ‘회피 기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시 중국 전투기를 촬영한 영상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사령부도 영상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중국 측은 미군 정찰기가 갑자기 비행 방향을 바꾸면서 중국 전투기를 왼쪽으로 이동하게 했다면서 “그런 위험한 접근 기동은 중국 군용기의 비행 안전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를 본 전문가들은 중국 측에 책임이 있긴 하지만, 미국 측의 주장도 과장됐다고 입을 모았다.
호주 공군 장교 출신인 피터 레이턴씨는 두 영상과 관련, CNN에 “공해 상공에 있던 (미군 정찰기) RC-135는 속도가 느리고 쉽게 기동할 수 없는 대형 항공기이기 때문에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속도가 빠르고 작아 기동하기 쉬운 항공기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투기가 사고를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면 그렇게 가까이 비행하는 것의 이점이 없으며 특히 고품질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하는 일은 드물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계획일 것으로 추측했다.
미 공군에서 RC-135와 유사한 정찰기를 조종했던 경험이 있는 로버트 홉킨스씨도 “중국의 주장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허구”라면서 “무장하지 않은 여객기 크기의 항공기가 바로 공격적인 전투기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군의 '회피 기동' 표현에 대해서 ‘지나치게 드라마 같은 표현’이라면서 “그것은 다른 차량이 차선에 들어오는 것을 피하고자 운전자가 차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례와 같은 근접 비행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블레이크 헤르징거 미국기업연구소 인도·태평양 국방정책 전문가는 “우호적이지 않은 두 항공기가 시속 500마일(약 900km) 속도로 인접해서 비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안전하지 않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1초도 안 돼 끔찍한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