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48〉혁신 정리(定理)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48〉혁신 정리(定理)

밀레니엄 상 문제(Millennium Prize Problems). 2000년 클레이수학연구소가 정한 미제의 7개 수학 문제를 말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프랑스 수학자 쥘 앙리 푸앵카레가 1904년에 제시한 '푸앵카레 추측'이다.

이 추측을 풀어 쓴 설명을 읽어 본다고 해서 정작 무엇을 말하는 건지를 알기는 만만치 않다. 단지 이걸 인문학적으로 풀어 본다면 우리가 어떤 것의 모양을 확연히 알 수 있는 건 우리가 그것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2년 그리고리 페렐만이 증명하면서 이건 '추측'(推測)에서 '정리'(定理)로 바뀔 수 있었다.

혁신이란 무엇일까. 어떤 질문이건 해답을 찾기 위한 출발점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 마땅한 출발점은 무엇일까. 피터 드러커라면 어떨까.

마치 수학자처럼 드러커는 비즈니스를 가정이란 것으로 설명한다. 가정에 따라 비즈니스의 행동, 의미 있는 결과가 정의된다. 만일 우리가 드러커의 설명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혁신이란 내 고객과 시장과 경쟁자는 누구이고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 새로운 가정에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다른 해답을 찾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변화를 의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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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혁신이란 본질적으로 두 가지를 내포한다. 첫째는 버리는 것(abandonment)이다. 드러커의 조언처럼 당신이 3년마다 현재의 모든 제품, 모든 서비스, 모든 전략, 모든 유통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올바른 답을 찾는다면 지금 하는 많은 것은 버려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드러커는 이것이 체계적이고 의도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때 AT&T는 모든 집과 기업이 전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정의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육상 동력 운송 장비의 리더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하지만 그것이 한때 아무리 도전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만 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만큼 새로 찾아서 채워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은 새로운 시장이나 수요라고 표현해도 무방하겠지만 난커스터머(non-customers), 즉 나 또는 경쟁기업조차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고객을 말한다.

미국의 대공황이 한참이던 때 시어스(Sears)는 자동차보험을 취급해 보기로 한다. 물론 이것은 그때까지 금융업이 취급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시어스는 이것이 곧 필수품이 될 것이고, 필수품을 고객에 판매하는 거라면 자신이 있었다. 모두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스의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부가 된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즈음 시어스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액세서리가 되었다고 봤고, 액세서리라면 그동안 취급하던 것 아니냐 싶었다. 그리고 한때 시어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소매업체가 됐다.

혁신을 뭐라 정의하든 혁신의 단면을 담고 있으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당신이 당신만의 뭔가를 찾아냈다면 그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것의 본질을 찾아낸다면 그 보상은 무엇이 될까.

꽤 어려운 주문이지만 드러커는 오래된 가정이 더 이상 사실이 아닐 때 다른 상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당신이 이 주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어느 때 한두 번 반짝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빛을 발할 것이다. 단지 '추측'이 아니라 '원리' 말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