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다양한 이슈로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우선 5월 테라-루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시가총액 5위 이내에 속하던 테라 코인이 단기간 폭락하면서 세계적으로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냈다. 테라와 루나는 자의적으로 상호 연동되어 가격을 조정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때문에 충분히 사전 위험성을 당국이나 투자자 또는 관련 기관에서 인지할 수 있었다. 다만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도 또는 선행적으로 이를 규제할 신뢰도 높은 수준의 관리 체제가 부족, 투자자들이 충분한 투자 정보를 인지할 수 없었다.
이로 말미암아 루나와 연동되어 1달러의 가격을 유지하던 UST 가격이 1달러 아래로 하락하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했으며, 페깅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UST에 투자자 매도가 이어지면서 연동된 루나 가격은 동반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코인 가격 급락으로 막대한 손해를 났으며, 이를 회복시킬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운영기관들의 불투명한 정보제공과 투자자 정보 비대칭성에 기인한 크고 작은 불법행위들이 적발되어 상장 폐지 등이 뒤따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 세계 3위 거래소 FTX가 파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FTX는 자산 대부분을 자체 발행 코인인 FTT로 보유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주요 주주인 바이낸스 창업주가 FTT를 전량 매각했다. 이로 말미암아 FTX에서 대규모 인출이 발생했고, FTT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상당수 자산을 FTT로 보유하고 있던 FTX와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는 급격한 자산 감소로 부채 및 투자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제약되지만 영업활동은 가능한 챕터 11 파산신청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FTX 파산 여파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은 투자자금이 약 3억달러 손실났고, 미국 가상화폐 전문은행 실버게이트는 약 10조원 규모의 뱅크런에 직면하게 되는 등 대형 투자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막대한 손해가 났다.
최근 국내에서는 페이코인 상장폐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결제서비스 기업 다날의 자회사 페이프로토콜이 제공하는 블록체인 결제수단용 코인인 페이코인은 페이프로토콜 실명계좌 미확보로 다음 달 5일 상장 폐지가 예고됐다. 페이프로토콜의 은행권 실명계좌 미확보로 금융정보분석원에서는 페이프로토콜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불수리 처리했고, 이로 말미암아 실명계좌 확보 및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인 2월 5일까지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적 이슈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미 가상자산 지갑 사업자로 영업이 진행되어 300만 이용자를 확보한 경우인데 가상자산사업자로 변경 신청이 필요하다는 당국의 유권해석으로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물론 자금세탁 등 불법 거래에 대한 위험 방지와 이를 통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자생적 이행이 쉽지 않은 조건을 부과한 새로운 사업 인가 행위는 기존 투자자나 이용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은 시장 내외부의 다양한 변수로 말미암아 가격 변동이 극심할 수 있다. 가격 변동 폭이 다른 자산들에 비해 크며, 이는 투자자 리스크에 직결되어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한 투자자와 정부 부처의 각별한 대응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시장은 다른 자본시장에 비해 높은 기대수익률로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선호하는 시장이다. 또 파이어 운동 등 조기은퇴 열풍과 노동 수익을 통한 재산 증식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층의 인식에 따라 젊은 층이 가상자산 시장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지만 시장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기존 투자자들은 부동산·주식 등 다양한 시장에 투자하며, 투자하기 전에는 많은 조사와 공부를 통해 해당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최대한 높인 후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객관적 정보보다는 주관적 판단과 수익률에 근거한 투자를 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특징을 보인다. 이는 시장 왜곡과 투자자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가상자산 시장 성숙도와 함께 가상자산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 변동에 따라 투자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가상자산 시장 정보를 우선적으로 관리 및 공개하고, 투자 대상에 대한 가치 판단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증적 방안이 필요하다. 이제는 정부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등 제도적 규제를 선험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다만 불법행위 방지, 투자자 피해 방지를 고려한 시장 규제와 더불어 시장 활성화에 동반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시장은 정부 정책 동향에 따라 변동이 심하지만 가상자산 투자자 대부분은 이러한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우며,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 동향이 투자자에게 피해를 안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급격한 정책 변화를 지양하고, 정책 수립 시 기업과 투자자들이 시장 변화에 대해 연착륙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중장기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기를 바란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smi9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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