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근간인 사회보험의 정책 방향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교체기의 시대적 담론은 항상 현상에 대한 설명을 넘어 가치평가하고, 나아가 비전을 제시하는 데에 있었다. 우리 사회보험은 특히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급여 지출 확대와 저출산에 따른 재원 마련 한계가 충돌되는 현상으로 인해 늘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결국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귀결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1년 한 해 우리나라 5대 사회보험료 규모는 총 152조366억원에 달했다. 전년 140조7174억원보다 8% 늘었다. 2016년 총 105조 48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정부 5년 새 46조 9878억원(44.7%) 늘었다.
우리나라 사회보험 부담이 이처럼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2011~2021)간 사회보험료 규모 증가율은 연평균 7.7%다. 물가상승률(연 1.3%)보다 약 6배, 명목 GDP 성장률(연 4.1%)보다 약 1.9배 높다. 이로 인해 명목 GDP 대비 사회보험료 비중은 2011년 5.2%에서 2021년 7.34%로 상승했다.
혹 보험료 조금 더 내고, 혜택을 더 많이 받겠다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지만, 불행히도 당신의 사회보험은 안녕하지 못하다.
우선 건강보험이 그렇다. 2017년 8월 당시 20조원이었던 누적적립금을 5년 안에 10조만 남기고 다 쓰겠다며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강도 높은 보장성 강화대책이 추진됐다. 그 결과 연평균 7.7%(2013~2017)씩 오르던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11.7%(2018~2019)로 급격히 뛰었다.
새로 급여 대상이 된 환자는 혜택을 보았지만, 풍선효과가 낳은 비급여 대상 환자는 그만큼 피해를 봤다. 병원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국민은 뒤에서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했다. 그렇게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하던 건강보험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료 이용량이 급감하면서 흑자로 전환됐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건강보험 재정을 지켜낸 셈이다.
고용보험은 직격탄을 맞았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돼 구직급여액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9년 10월 개인별 지급 수준을 50%에서 60%로 늘리고, 지급 일수를 최장 240일에서 270일로 연장하더니, 정작 코로나19 위기가 덮치자 실업급여 계정이 바닥을 드러내며 대응 여력을 상실했다. 2020~2021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차입한 7조8997억원의 빚을 제외하면 고용보험은 사실상 파산 상태다.
장기요양보험은 또 어떤가. 2014년 치매환자등급이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7년 '인지지원등급'이 추가됐다.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해 '요양 필요상태'에 있지 않은 경증 치매 환자에게도 시설·재가급여(방문형 급여 제외)가 제공됐다. 여기에 본인부담금 경감 대상자를 저소득층(보험료 분위 25% 이하)에서 중산층(보험료 분위 50% 이하)으로 넓히고, 본인부담 최대 경감률은 50%에서 60%로 늘렸다. 이후 지출은 가파르게 증가해 2016년 0.46배(5.5개월분)였던 누적준비금 적립배율은 2021년 0.05배(0.6개월분)로, 연간 적립금이 채 한 달 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문제가 이렇다고 지금보다 보장성을 축소하자는 게 아니다. 재정 절감을 주장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안전망은 그만큼 두터워져야 한다. 다만, 경제활동인구가 점점 줄어드는데 언제까지 보험료율 인상으로 재정을 충당할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사회보험을 확립하려면 이제부터라도 보장성 확대는 경제성장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사회보험료가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될 정도면 투자와 일자리 어딘가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져 있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 주변에는 취업이 어렵고, 암울한 미래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 shson@kef.or.kr
-
정다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