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A는 안주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차전지 제조공정 전체를 대응하는 역량을 확보해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SFA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아우르는 종합 장비 회사로 거듭났다. 디스플레이 중심에서 반도체, 배터리, 유통 장비로 사업을 다각화해 어떤 대외변수에도 지속 성장이 가능한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회사의 누적 신규 장비 수주액은 8678억원. 이 중 이차전지 장비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시장에서는 SFA 지난해 장비 수주액이 전년 대비 40% 증가한 1조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차전지 장비는 SFA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차 확산 등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한 사업 전략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지금까지 SFA 이차전지 장비는 조립 공정과 화성 공정, 검사·측정 장비, 최첨단 물류 시스템에 집중됐다. 배터리 장비 업체 가운데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그러나 SFA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결정한 씨아이에스(CIS) 인수가 이차전지 전체 공정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바로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전극 공정이다.
CIS는 코터, 롤프레스, 슬리터 등 전극 공정 핵심 장비를 생산한다. 씨아이에스 지분 인수 작업이 완료되는 3월에는 이차전지 전(全) 공정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씨아이에스 인수 발표 후 김영민 SFA 대표가 처음으로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수 배경과 향후 사업 전략을 들었다.
-CIS 인수 발표 후 시장 관심이 많다. 인수 배경이 무엇인가.
▲'턴키' 공급 역량 강화를 위해서다. 이차전지 제조는 양극·음극판을 제조하는 전극 공정, 다수 극판을 형태에 맞게 조립하는 조립 공정, 조립된 배터리 셀에 전류를 부여하는 화성 공정으로 이뤄진다. 기타 배터리 셀에서 미세한 철을 제거하고 내부 결함을 최종 검수하는 검사도 있다.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는 장비별 특화된 다수 장비사들을 협력사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생 이차전지 제조사가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라인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 '턴키 공급' 능력이 중요해졌다. 양산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생산라인을 운영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신생 셀 제조사는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원한다. 총소유비용(TCO)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전극 공정부터 조립, 화성, 기타 공정을 한 번에 구축하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전극 공정 장비 전문기업인 CIS를 인수하면 SFA는 이 수요에 대응할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전극 공정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 배터리 제조사 장비 설비투자(CAPEX) 가운데 30%는 전극 공정 장비가 차지하고 있다.
-왜 CIS였나. CIS의 경쟁력은.
▲SFA의 턴키 공급 역량 확보를 위해 오랜 기간 시장 조사를 해왔다. CIS는 전극 공정 핵심 장비를 글로벌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 성공적으로 공급했다. 다수 납품 실적은 곧 업계 최고 기술력을 방증한다. SFA가 봤던 CIS 핵심 경쟁력은 3가지다. '주요 전극 장비의 차별화된 기술력' '종합적인 장비 제조 역량' '빠른 납기 대응력'이다.
대표 사례로 롤 프레스를 들 수 있다. 회전하는 롤러로 코팅된 전극에 일정한 압력을 가해 배터리 단위 면적당 밀도를 높여주는 압연 장비다. 고온·고압 환경에서 마이크로미터 수준 오차 범위 내 전극 두께를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CIS는 압력·온도 제어 기술, 고속 압연 기술 등 다양한 핵심 기술과 특허를 보유,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같은 역량에 수주잔고도 대폭 증가했다. 2018년 말 1565억원이었던 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4677억원을 기록했다. 미래 배터리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CIS는 자회사 씨아이솔리드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와 장비 기술을 연구개발(R&D) 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된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 안정성과 성능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SFA가 CIS를 인수하면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나.
▲CIS 인수로 전극 공정 제조 장비를 SFA 장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킬 수 있다. 원형·각형·파우치형 등 배터리 타입과 무관하게 이차전지 제조공정 전체 영역을 커버하는 턴키 공급 역량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이차전지 제조장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조기 사업 확장이 중요한 유럽 배터리 제조사 턴키 조달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회사 성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고객사 저변도 확대될 수 있다. SFA는 SK온 중심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로 고객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해외 배터리 제조사도 공략하고 있다. CIS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중심으로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다수 해외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수주를 받고 있다.
CIS를 인수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고객 교차(크로스 오버)가 가능할뿐더러 양사 해외 영업 인프라와 고객지원서비스(CS) 거점 공유 등으로 글로벌 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지난해 이차전지 부문 주요 성과와 올해 목표는.
▲국내 배터리 3사로부터 이차전지 물류 시스템과 공정 장비 및 스마트 검사 장비 등 다양한 형태의 장비에 대한 수주를 상당 규모 확보했다. 2021년까지 주요 고객사는 국내 배터리 3사에 한정됐지만 지난해부터는 해외 고객사로부터도 다양한 수주 사업을 확보했다. 해외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전개한 성과로 본다. 특히 지난 3분기 약 1800억원 규모 해외 고객사 양산 라인 턴키 수주에 이어 4분기에도 약 400억원 규모 데모라인 수주를 추가 확보했다. 데모 라인의 경우 향후 고객사 양산라인 투자 시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했다. 노칭 장비와 스태킹 장비, 전해액 주입기 등 신규 개발한 공정 장비를 사업화해서 기존 화성 공정뿐 아니라 조립 공정 역량을 한층 키우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CIS 인수로 대폭 확대될 턴키 공급 역량을 십분 발휘할 계획이다. 해외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수주잔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매출도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CIS 인수=SFA는 CIS 현 최대 주주인 지비이홀딩스 보유분 전량(22.7%)와 김수하 대표이사 보유분 중 일부(3.1%)를 인수하겠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인수 금액은 1723억원으로 1주당 매매가격은 1만800원이다. 인수 예정일은 3월 말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