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이동통신 이용자 편의 강화와 선택권 확대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시장과 국회에서 촉발된 논의를 정부가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통업계는 요금인하 압박에 내심 우려를 나타낸다.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시즌2'와 시니어요금제 등 정부와 국회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예고된 탓이다. 데이터 빈 구간을 메우는 전략을 통해 이용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부의 지속적인 개입은 오히려 상품 경쟁과 차별화를 저해한다는 이동통신 업계 반박이 예상된다.
◇중간요금제 시즌2, 이용자 선택권 확대할까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초기 중간요금제를 근거로 조금 더 다양한 중간요금제를 만들기 위한 이통사와의 협의를 시사했다. 중간요금제 시즌2로 불리는 해당 요금제는 이통 3사가 공급하는 30GB 내외 요금제와 100GB 내외의 산술적 중간인 50~70GB 사이 요금제가 될 확률이 높다.
국회와 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이통 3사 중간요금제가 100GB급 이상 고가요금제 이용자를 아래 구간으로 낮추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중간요금제의 GB당 데이터 요금은 오히려 증가한 점을 두고 이용자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중간요금제의 출시 필요성을 강조한다. 높은 요금 부담으로 인해 50GB 이상의 고용량 데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확대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100GB 하위 구간 제공량을 늘리는 것이 무조건적인 소비자 선택권 강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보험효과(택시미터효과)에 따라 100GB를 사용하던 이용자는 50~70GB 데이터 요금제가 출시돼도 하위 구간으로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은 제공량 50~60GB 가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해 속도가 느려지거나 추가 요금을 더 감당하는 위험 부담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 사용량 그래프를 살펴보면 상위 1% 이용자가 매월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1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이용자 상위 10%는 데이터 100~110GB를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는 상위 30%가 데이터 50GB 미만을 이용한다. 이용자 50% 이상은 10GB 미만 데이터를 활용한다. 기존에도 데이터 사용자는 100GB 이상 이용하는 상위 이용자와 저용량 구간을 사용하는 이용자로 분류돼 있다. 이에 100GB 이상을 사용하던 이용자가 50~70GB 데이터 구간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용량 제공 구간을 잘게 쪼개는 것은 사실상 과거 2G 때와 같은 종량제로 회귀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음성 중심 요금제였을 당시에는 기본료가 있고 추가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 때문에 데이터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액제로 변화됐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음성은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하루 24시간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데이터는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이처럼 음성과 달리 데이터는 종량화하기 힘듦에도 잘게 데이터 구간을 쪼개고 GB당 요금을 따지는 것은 정액제 취지에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요금 구간과 제공량의 산정 기준을 서로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금구간은 직선(Linear)으로 단가가 올라가지만 데이터 용량은 지수함수(Exponential)와 같은 그래프 모형으로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요금단가와 제공량이 함께 직선형으로 올라가면 데이터 제공량이 무제한으로 올라갈 경우 요금도 끊임없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어르신(시니어) 요금제는 1분기 나올 가능성 커
이처럼 협의에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중간요금제와 달리 시니어 요금제는 빠른 시일 내 결론이 나올 수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정부는 설 민생안정 대책에 다양한 5G 요금제 출시를 담았다. 1분기 내 어르신 요금제 출시를 예고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설 민생안생 대책에 관련 내용이 담긴 것은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 이라며 “이통사와 조속한 출시를 위해 협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니어 요금제는 상대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노년층의 이용 특성에 맞춰 저렴한 전용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등장했다. 현재는 이통 3사 중 LG유플러스만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월 4만5000원에 데이터 8GB(소진시 1Mbps)를 제공하는 '5G 라이트 시니어' 요금제를 운영중이다. 일반 요금제 기준 가장 저렴한 '5G 슬림+' 보다 GB당 요금이 더 저렴하다.
SK텔레콤과 KT는 이통 3사가 만 65세 이상 기초노령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최대 50%의 요금을 감면(최대 할인액 1만2100원)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별다른 시니어 요금제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대상 연령 또한 정확히 만 65세 이상으로 겹치는 만큼 중복 혜택이라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시니어 요금제의 조속한 출시를 위해 이통업계와 본격적인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관계자는 “1분기 안에 시니어 요금제가 출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이통사별로 요금제 등 차별화 전략이 있는데 일괄적으로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해야 하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