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항공기 전파고도계와 5세대(5G) 이동통신 간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2600만달러(약 327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1000여대 항공기의 전파고도계 개선에 사용한다. 지난 1년여 동안 세계적으로 지속된 전파고도계 간섭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며 우리나라 5G 주파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항 주변에서도 자유롭게 5G 주파수를 송수신하는 것과 항공 안전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오는 2024년 2월 24일까지 미국 공항에 취항하는 모든 항공기에 5G 이통 C-대역(3.7~3.98㎓)과 간섭을 일으키지 않도록 전파고도계 전체를 교체하거나 RF필터를 교환하라는 지침을 확정했다.
FAA는 미국에 운항하는 7993대 항공기 가운데 약 180대는 전파고도계 전부 교체가 필요하고 약 820대는 필터교환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 비용 분담 문제는 공표하지 않았지만 버라이즌, AT&T 등 C-대역을 이용하는 이통사가 미국 항공사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국내 전파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지난 2021년 말부터 제기된 전파고도계와 5G 이통 C-대역 혼·간섭 우려에 대한 최종 결론이 제시됐다. 전파고도계는 항공기가 지상에 4.2~4.4㎓ 전파를 발사한 후 반사되는 시간을 분석, 고도를 측정하는 장비다. 항공기 이착륙 안전과 직결된다.
문제는 전파고도계 주파수가 5G C-대역과 근접해 간섭 우려가 제기되면서 FAA는 약 50곳의 공항 주변에서 C-밴드를 활용하는 5G 기지국 가동을 중지시켰다. 이번 조치 이후 미국 이통사들은 공항 주변에서도 5G 전파를 자유롭게 발사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조치는 C-밴드와 유사한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려는 국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으로 전파고도계는 동일한 주파수를 사용하는 가운데 한국도 미국 C-밴드와 유사한 3.7~4.0㎓ 후보 대역을 디지털 대전환 스펙트럼플랜(가칭)을 통해 5G 용도로 분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상용화 단계에서 간섭 우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전파 간섭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는 일이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의 경우 5G 기지국 안테나 전파 조사각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전파간섭 문제 해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한국의 경우 현재 활용되는 5G 주파수는 전파고도계와 약 500㎒ 이격돼 있고, 앞으로 3.7~4.0㎓ 대역을 사용하더라도 이격 거리가 충분하고, 혹시 모를 간섭을 해소할 기술이 개발돼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수”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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