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모리 충격,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이자 한국 경제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의 상황이 좋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수요 감소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더니 이제는 보관하고 있는 분량을 걱정할 정도로 메모리 재고가 쌓이고 있다.

국내 메모리 재고 일수가 140일(20주)로 늘어났다는 건 충격이다. 적정 재고 수준(5~6주)을 훨씬 뛰어넘는 데다 상황이 나빠진 지난해 하반기보다 2배 가까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재고 일수는 반도체 완제품 생산 완료 후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을 추산한 것이다. 현재 보유한 재고량을 언제 소진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더 큰 걱정은 20주가 전부는 아니라는 데 있다. 스마트폰·PC·서버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 메모리를 미리 사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재고까지 포함할 경우 30주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 DDR5 D램
삼성전자 DDR5 D램

물론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은 우리나라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전 세계 1, 2위를 앞다투는 등 해외 경쟁사 대비 체력이 강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부진은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반도체가 차지하고, 반도체 가운데에서 메모리가 핵심임을 고려하면 비상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시황이 개선되기만을 기업 스스로 극복하길 기다릴 게 아니다. 반도체는 국가 경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자산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왜 파격적 혜택을 담은 법을 만들어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겠는가.

메모리 악화의 여파는 이미 다방면으로 번지고 있다. 개발된 장비가 취소되고, 협력사 결제가 연기되고 있다. 한파는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에 대비하는 한편 피해 최소화 방안을 찾는 등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