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활성화 조짐을 보이던 비대면 문화가 엔데믹 기조와 함께 지지부진한 걸음을 보인 가운데 올해 초 그 흐름이 다시 빨라질 조짐을 보인다.
메타버스 플랫폼부터 VR(가상현실) 공연 등 현실 아티스트들의 비대면 무대, 데뷔 직전 프로모션부터 활동, 가상플랫폼화하는 흐름까지 그 형태와 규모도 다양해졌다.
2023년 벽두부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K-팝계 비대면공략, 그 흐름과 전망은 어떨까? 이번 엔터테인&에서 살펴본다.
아티스트들의 비대면 진출은 기술보다 내실 측면에서 점차 강화되는 조짐을 보인다.
실제 2023년 벽두부터 진행(예정)된 비대면 콘서트는 데뷔 6주년을 기념한 첫 행보로 VR 콘서트를 내세운 드림캐쳐, 플랫폼 로블록스를 활용한 글로벌 버추얼 콘서트를 준비한 NCT 127, VR 콘텐츠 기업 어메이즈 VR과 함께 2023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 VR 콘서트를 진행할 에스파(aespa) 등이 있다.
또 하이브 레이블즈를 비롯한 SM, JYP, YG, 큐브, 스타쉽 등 유력 엔터사들 모두 위버스 또는 Beyond Live 등 비대면 플랫폼 동시 중계 등으로 온·오프라인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9월 정규 2집 선공개곡 PINK VENOM 컴백 전 PUBG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콘서트를 블랙핑크, KOCCA 지원을 통해 XR(확장현실) 콘서트를 마련한 4세대 신예 빌리 등 지난해 무대서도 엿볼 수 있다. CJ ENM 주최 글로벌 K-컬처 컨벤션 'KCON'의 온라인버전 'K CON:TACT'(케이콘택트)와 네이버 주도 메타버스형 컴백쇼 '#OUTNOW Unlimited(아웃나우 언리미티드)' 등 다년간 누적돼온 플랫폼 활용과 겉으로 보기에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업계에서 꼽는 K-팝과 K-컬처의 핵심인 '스토리텔링'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딱히 구분치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편으로 공연콘텐츠를 지속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러한 흐름이 올해 들어 강화되는 조짐이 뚜렷하게 보인다. 우선 SM은 지난해 8월 패밀리공연과 함께 메타버스 브랜드 '광야'를 대대적으로 언급한 이후, 멀티 프로듀서 체제로 전환을 앞뒀던 지난 1월 1일 패밀리콘 'SMTOWN LIVE 2023'을 통해 '지구의 지속가능성 강화'라는 기치와 함께 팝업스토어 개념인 '광야@'을 기존 서울, 자카르타, 로스엔젤레스 등에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또 JYP나 YG, 큐브 등도 더 샌드박스 등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과 협업 관계 구축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이후 비대면 분위기를 좀 더 가속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1월 처음 공개된 방탄소년단 모티브의 '7FATES: CHAKHO', 엔하이픈 테마의 'DARK MOON: 달의 제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IP의 '별을 쫓는 소년들', 르세라핌 스토리의 '크림슨 하트' 등 네이버웹툰과 협업으로 만든 고유 스토리 IP와 함께 게임 인더섬 WITH BTS, 두나무 협업의 NFT 플랫폼 모먼티카 등의 세분화 작업을 거듭, 기존 위버스 플랫폼 중심 공연과 커머스와 연결된 비대면 K-팝 문화향유 범위를 더욱 현실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최근 K-팝 대기업들의 행보와 또 다른 K-팝 메타버스 흐름도 감지된다. 스마일게이트, YG 한유아, 미스틱스토리 로지, 크래프톤 '위니(WINNI)', 넷마블 '리나' 등 버추얼 인플루언서 활용에 이어, 데뷔 오디션부터 활동까지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어지는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이 그것이다.
지난 1월 첫 공개된 카카오엔터 '소녀리버스'는 VR 소셜 플랫폼인 VR Chat을 기반으로 전현직 K-팝 걸그룹 멤버 30명이 정체를 감추고 가상세계에서 아이돌이 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메타버스형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제작했던 박진경 PD, Mnet '컴백전쟁: 퀸덤'을 제작했던 조욱형 PD, '이세계 아이돌'을 만든 패러블엔터테인먼트 등이 협력한 카카오엔터 신규 프로젝트로서, 단순히 스트리밍 중심의 화제몰이가 아닌 걸그룹 예능 포맷의 기획과 함께 바다·붐·아이키·펭수 등 현실 인기 연예인들의 가상세계 합류를 통해 현실성을 더하고 있다.
오는 25일 데뷔를 앞둔 걸그룹 '메이브'(MAVE:)는 가상인간 '리나'를 선보였던 넷마블에프엔씨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아이돌이다. 이들은 넷마블 게임 '파라곤: 디 오브 프라임' 속 영웅 캐릭터인 제나를 앞세우며 세계관 줄거리의 특별함을 더함은 물론, NFT(대체불가토큰) 기반의 멤버십 등 IT 기술을 더해 현실적인 소통감도 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K-팝의 비대면 확장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현실적인 비대면 일상화 조짐이 크다.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팬데믹 때 경험한 비대면 편의성과 확장성을 포기하지 못한 산업 일각과 대중의 수요도에 충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성숙도와 활용도가 점점 더 무르익고 있다는 점도 뒷받침한다.
또 시공간 경계를 넘어 일상생활에 녹아들면서 글로벌 대표 트렌드로서 장기적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 지역, 국가 경계를 초월한 가상적인 글로벌 연대가 더욱 견고해진 가운데, 이를 아우르는 문화공동체로서의 구심점으로 K-팝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구의 지속가능성 발전 측면도 있다. K-팝은 직접적인 공해유발은 없지만 공연이나 음반, 콘텐츠 상품 등 제조와의 연관과 함께 글로벌 대중의 관념을 좌우할 수 있는 문화산업이다. 메타버스로 확장은 최근 대두된 ESG(환경·사회·조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K-팝 차원의 가장 빠른 접근법이라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요컨대 K-팝계는 2023년을 기점으로 그동안 다방면으로 성숙해온 가상세계로의 확장을 더욱 가속해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박동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dspark@etnews.com